세련된 연출과 줄리안 무어 연기 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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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련된 연출과 줄리안 무어 연기 볼 만
  • 윤종원
  • 승인 2009.06.29 14: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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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영화-세비지 그레이스
첫 장면부터 심호흡을 하게 된다. 줄리안 무어가 등장하고 처음 입을 뗄 때 긴장은 끝까지 풀리지 않을 것임을 예감할 수 있다.

영화 "세비지 그레이스"는 "졸도"(1992)를 통해 뉴 퀴어 시네마의 기수로 이름을 떨친 톰 칼린 감독의 두 번째 장편이다.

실제 있었던 살인 사건을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근친상간과 존속살인 등 충격적인 요소로 가득하다. 하지만, 영화는 아름답다. 감독의 세련된 연출과 "신들렸다"고밖에 할 수 없는 줄리안 무어의 연기 덕분이다.

1972년 겨울 부유한 중년 여성 바버라 데일리 베이클랜드가 런던의 고급 아파트에서 칼에 찔려 숨진 채 발견된다. 범인은 그녀의 하나밖에 없는 아들 안토니 베이클랜드.

미국의 최고급 상류층인 베이클랜드 가(家)의 이 비극적인 가족사는 동명 소설로 먼저 선보였고 영화의 출발점이 됐다.

배우를 꿈꿨던 바버라(줄리안 무어)는 합성수지를 발명한 레오 베이클랜드의 손자 브룩스(스테픈 딜런)와 결혼, 돈과 명예를 한꺼번에 얻는다. 스페인, 프랑스 등 세계 곳곳으로 여행을 하며 남부러울 것 없어 보이는 삶을 즐긴다.

하지만, 브룩스는 상류 사회 사람들과 제대로 어울리지 못하는 바버라를 돌보지 않고, 바버라는 술과 비뚤어진 성관계로 빈 곳을 채운다.

브룩스가 떠나자 바버라는 아들 안토니(에디 레드메인)에게 집착하고, 안토니와 정상적인 모자 관계를 뛰어넘는 감정을 나눈다.

어렸을 때부터 세계를 돌아다닌 안토니는 다양한 외국어를 구사하며 잘 적응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유약한 동성애자다. 아버지 대신 어머니를 책임져야 한다는 강박관념은 그를 정신분열증으로 몰고 간다.

우아함으로 포장된 상류층의 위선과 허세, 욕망과 광기가 극단의 상황으로 치닫지만, 카메라가 잡아낸 화면과 배우들의 연기는 절제돼 있다.

스테픈 딜런과 에디 레드메인의 연기 역시 인상적이다.

2007년 칸 영화제에 초청받은 작품으로 지난해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서도 소개됐다.

7월 9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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