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레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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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레인
  • 윤종원
  • 승인 2009.06.29 1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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페미니스트 작가로 인기와 명성을 얻고 있는 아가테 빌라노바(아네스 자우이)는 애인 앙투완과 함께 고향에 왔지만 쉴 틈이 없다.

정계 진출을 노리는 아가테는 각종 토론회에 다녀야 하고, 자신의 삶을 다룬 "홍보성" 다큐멘터리도 찍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계획은 자꾸 엇나간다.

공동감독 미셸(장 페이르 바크리)과 카림(자멜 드부즈)이 진행하는 다큐멘터리는 여러 사건이 발생하면서 난항에 빠져들고, 바쁜 애인 때문에 외로운 앙투완은 결국 아가테 곁을 떠난다.

아네스 자우이 감독의 3번째 영화 "레인"은 전작 "타인의 취향"과 마찬가지로 사람과 사람 사이의 "관계"를 성찰한 영화다.

영화는 아가테의 일상을 큰 축으로 아랍계 카림이 받는 보이지 않는 사회적 냉대, 아들과 온전한 관계를 갖지 못하는 미셸, 그리고 잘난 언니를 둔 탓에 열등감에 시달려온 아가테 여동생의 이야기 등을 풀어놓는다.

인생 자체가 화창할 게 없는 꿀꿀한 인생들이 그려가는 삶의 풍경은 어느 흐린 날처럼 우울하다.

일단 각 인물은 저마다 일정한 크기의 생채기를 가슴에 품고 살아간다. 그리고 그 상처는 가족이나 친구, 연인과 같은 가까운 사람에게 받기 일쑤다.

영화는 이러한 상처 극복 과정을 다루지만, 그 과정을 어루만지는 감독의 손길에선 세련된 맛이 부족하다. 난관에 부딪히면서, 그리고 상대방을 조금씩 알게 되면서, 서로에게 손을 내밀게 된다는 다소 뻔한 구도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특별한 서사가 없기에 끝을 향해 달려가는 영화의 발놀림은 느긋하다. 영화를 통해 주변을 되돌아보게 하는 각성의 힘도 떨어진다. 감독의 시선이 인물 깊숙한 곳까지 파고들지 않고, 표피적 관찰에만 머물기에 그러하다.

사실 별다른 플롯도 없이 이야기를 쑥쑥 만들어가는 아네스 자우이 감독이 달변가라는 사실은 부인하기 어렵다. 하지만 감독, 각본, 주연까지 도맡은 그의 발걸음은 왠지 무거워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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