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칼럼> 진료비심사 일원화 논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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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칼럼> 진료비심사 일원화 논란
  • 정은주
  • 승인 2005.02.17 18: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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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정절감과 효율성 명분 아래 사보험에 대한 또다른 규제가 될 수도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 건강보험과 자동차보험, 산재보험 등 3대 보험의 진료비 심사를 일원화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면서 ‘진료비 심사 일원화’ 문제가 또다시 논란이 될 전망이다.

열린우리당 장복심 의원은 17일 국회 사회문화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진료비 심사를 일원화 할 경우 나이롱환자 등 국민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고 환자중심의 진료시스템을 구축할 수 있으며, 특히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진료비 심사가 일원화 될 경우 산재보험과 자동차보험으로부터 연간 많게는 1조 3천900억원에서 적게는 9천700억원 정도의 재정절감 효과가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심사일원화를 촉구하고 나섰다.

불필요한 지출을 줄이고 그 절감액으로 자동차보험료를 내리거나 산재근로자의 장해 유족보상금, 직업재활 등에 활용하면 사회적으로 자원배분의 효율성을 제고할 수 있다는 것이 장 의원의 시각이다. 또 의료기관의 관리 불편과 행정낭비도 해소할 수 있어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다는 것.
그러나 3대 보험의 심사일원화를 둘러싸고 병원계는 수차례 강한 우려를 표명한 바 있다.

자동차를 소유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자동차보험의 경우 책임보험이 다소 공보험의 성격을 띄고 있으나 종합보험은 선택적으로 가입하는 사보험인데 반해 건강보험은 선택적 요소가 전무한 공보험이어서 보험자체의 성격이 다르기 때문이다.

또 건강보험의 재정난이라는 이유로 삭감위주의 심사정책을 펴오고 있는 심평원의 심사원칙을 자동차보험에까지 적용할 경우 그 피해는 고스란히 의료기관과 환자에게 돌아갈 것은 불을 보듯 자명하다.

자동차보험은 건강보험과 달리 응급환자나 외과계 환자가 대부분이어서 건강보험과 심사기준을 동일하게 적용하기 어려우며, 특히 사보험인 자동차보험의 심사인력까지 정부에 떠넘기는 것도 문제점으로 꼽히고 있다.

따라서 공보험인 건강보험은 정부에서 운영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서 진료비를 심사할 수 있으나 사보험인 자동차보험까지 심평원이 진료비를 심사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병원계의 주장이다.

아울러 병원계는 자동차보험까지 심평원에서 심사하려면 먼저 건강보험에서도 사보험을 인정해 주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의견도 함께 주장하고 있다.

이같은 의료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채 진료비 심사 일원화 문제가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논란이 된데 이어 17일 대정부 질문에서도 제기되었고, 최근 김영춘 의원이 입법추진하고 있는 상황이어서 논란의 불씨가 다시 지펴질 전망이다.

현재 논의되고 있는 진료비 심사 일원화 정책은 보험의 성격을 고려하지 않은채 ‘보험심사’라는 공통분모만 찾아 ‘재정절감 효과와 의료기관 관리의 편리성’이라는 결과를 이끌어내고 있어 입법추진에 앞서 의료계, 보험업계, 정부, 국민이 모두 만족할 수 있는 심사 일원화 정책에 대한 충분한 논의가 따라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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