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약탈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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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약탈자들
  • 윤종원
  • 승인 2009.06.09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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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군가의 장례식에 모인 사람들이 상태(김태훈)에 대한 이야기를 나눈다.

그들의 이야기에 따르면 역사학을 공부하는 상태는 금정굴에 대한 논문을 준비 중이다. 여자를 밝히는데다 성추행 사건으로 학생을 가르치던 대학에서도 쫓겨났다. 또 할아버지가 창씨개명을 했다는 죄의식에 역사 공부를 그만두겠다고 했다.

이야기는 그 자리에 모인 사람들 각자의 회상으로 이어진다. 회상은 과거와 그 이전의 과거로, 이 사람의 기억과 저 사람의 기억을 오고가며 엇갈린다.

사람들의 회상 속에만 존재하는 주인공의 정체나 사건의 진실은 알 수 없고, 이야기는 나선을 그리며 뻗어나간다.

일관되지 않은 이야기에 당황하거나 이야기의 논리와 맥락을 꿰맞추려고 고민할 필요는 없다. 감독이 실제 겪은 일화부터 재기 넘치는 판타지까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뻗어가는 장면과 이야기를 즐기면 된다.

그러다 보면 뒤통수가 뜨거워지는 순간이 찾아온다. 뒤돌아서면 금방 잊어버리는 술자리의 안주 같은 "뒷담화"에 독한 악의나 의도가 있지는 않지만, 사람들의 입을 거치면서 한 사람이 괴물이 되어버리는 것은 순식간이다.

누구나의 일상에서 벌어지는 "뒷담화"는 친숙하지만 내가 가해자라는 생각은 해본 적이 없다면 뜨끔할 일이다.

단편영화 "6시간"의 주연으로 칸영화제를 찾았던 김태훈을 비롯해 연쇄살인범 택시기사로 분한 정인기와 무술의 달인 역으로 출연한 윤동환 등 배우들의 호연도 돋보인다.

손영성 감독의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졸업작품으로,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와 서울독립영화제에 초청받았으며, 지난 5일 막을 내린 "인디포럼 2009"에서도 소개됐다.

CJ CGV의 다양성영화전문 상영프로그램인 무비꼴라쥬를 통해 CGV 압구정과 대학로 등 5개 관에서 관객과 만난다.

18일 개봉.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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