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걸어도 걸어도
상태바
영화 - 걸어도 걸어도
  • 윤종원
  • 승인 2009.06.09 09:0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아무도 모른다"로 국내 관객에게 낯익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걸어도 걸어도"는 가족영화다. 더 거칠게 말하면 부모와 자녀 간의 소통을 말하는 영화다.

그러나 이들의 소통은 막히기 일쑤다. 불통의 원인은 서로를 생각하는 감정의 기울기가 다르기 때문이다. 자녀를 생각하는 부모의 마음과 부모를 생각하는 자녀의 마음은 등가(等價)가 아니라는 점에서 부모 자식 간 오해의 골은 깊다.

준페이는 물에 빠진 어린 소년을 구하려다 익사한다. 영화는 그로부터 10여 년이 흐른 후 준페이의 기일에 모인 가족의 하루를 조명한다.

형에 대한 열등감에 사로잡힌 료타(아베 히로시), 자기 뜻과는 다른 길을 가는 료타를 못마땅해하는 아버지(하라오 요시오), 따뜻한 잔소리로 료타를 맞이하는 어머니(키키 키린)가 이야기를 이끄는 세 축이다.

영화는 적당하게 상처를 주고받는 가족 구성원들의 심리를 잘 묘사한다. 어머니는 수십 년간 쌓인 결혼생활의 불만을 기회가 있을 때마다 한 올 한 올 풀어낸다. 아버지에 관한 것이라면 아들은 항상 뒤틀려 있다. 그런 아들에 대해 아버지는 냉정함과 근엄함을 유지한다.

말미로 치달으면 이러한 구도는 미세한 균열을 일으킨다. 특히 부자지간 불통은 어느 정도 해소될 기미를 보인다.

남에게 뒤처지는 걸 누구보다 싫어하는 아버지는 지팡이에 의존해야만 걸을 수 있을 정도로 병약한 존재다. 큰아들이 죽은 바다를 보러 가는 장면에서, 작은아들은 걸음이 불편한 아버지에게 손을 내미는 대신, 일부러 휴대전화를 받는 척하면서 아버지 뒤편으로 처진다.

어색하게 직접 도움의 손길을 내밀기보다는 뒤처지는 걸 싫어하는 아버지를 심정적으로나마 배려하기 위해서다. 영화는 이처럼 소소하지만 작은 일상의 변화를 담는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대사의 절반은 자신이 들은 이야기"라는 감독의 말처럼 이 영화의 또 다른 강점은 디테일에 있다. 어머니가 아들에게 밥을 더 얹어주는 장면, 료타의 아버지가 수건을 똑바로 펴 널었다가 다시 이를 구기는 장면 등은 인물의 개성을 잘 보여주는 하나의 단면이다.

전체관람가, 6월18일 개봉.
<연합뉴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
주요기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