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브웨이 하이재킹의 현란한 움직임 볼 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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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브웨이 하이재킹의 현란한 움직임 볼 만
  • 윤종원
  • 승인 2009.06.04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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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펠햄 123
서브웨이 하이재킹이라는 부제가 붙은 "펠햄 123"은 잘 짜인 구조가 돋보이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다.

오프닝 장면부터 등장하는 카메라의 현란한 움직임은 처음부터 관객의 정신을 쏙 빼놓는다.

민감한 영화팬이라면 영화 시작과 함께 누가 이 영화를 감독했는지 알 수 있을 정도로 화면 곳곳에는 군살 없는 줄거리와 뮤직비디오 스타일의 빠른 화면 전개를 장기로 하는 토니 스콧 감독 특유의 스타일이 배어 있다.

영화는 월가 출신의 라이더(존 트라볼타)가 "펠햄 123"호를 납치, 인질극을 통해 천문학적인 돈을 요구하고, 지하철 통제본부의 배차 관리인 가버(덴젤 워싱턴)가 협상을 통해 라이더의 악행을 막는다는 내용을 뼈대로 한다.

"펠햄 123"이란 뉴욕지하철 펠햄역에서 오후 1시23분이면 어김없이 출발하는 전차의 별칭.

오후 1시23분 "펠햄 123"호가 멈춘 후 2시간가량의 이야기를 담은 이 영화의 두 축은 라이더와 가버다. 라이더는 한 때 잘 나가는 월가의 증권거래인이었으나 비리로 감옥에 다녀오고, 가버도 뉴욕지하철 고위직을 지내다 뇌물수수혐의로 배차 관리인으로 강등된 사연 많은 인물.

"비리"라는 연결고리를 통해 두 인물은 미묘한 공통점을 느끼지만 결국 선인과 악인의 대결, 그리고 선인의 승리라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식에 따라 대척점에 선다.

영화는 아울러 공무원의 관료주의, 소통의 부재, 인기에 연연하며 탁상행정을 펼치는 뉴욕시장에 대한 비판도 담고 있으나 그 강도는 세지 않다.

존 트라볼타와 덴젤 워싱턴의 연기는 비교적 안정적이다. 하지만 정작 눈길을 끄는 것은 코엔 형제의 영화 "밀러스 크로싱"에서 사고뭉치 버니 역을 맡았던 존 터투로의 연기다. 냉정한 협상전문가 카모네티로 분한 그는 이 영화에서 이례적으로 지적인 연기를 선보인다.

"펠햄 123"은 생각할 여유를 안 줄 정도의 빠른 스토리 전개와 화려한 영상을 보여준다는 점에서 블록버스터로서 손색이 없다. 다만 좋은 영화가 주는 감흥과 여운, 그리고 내면에 대한 성찰을 기대하기는 어렵다.

"펠햄 123"은 1974년 조셉 서전트 감독의 "지하의 하이재킹"을 리메이크했다. "핸콕"의 토비어스 A.스크라이슬러가 촬영을 담당했다. 상영시간은 105분.

6월11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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