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물좀주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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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물좀주소
  • 이경철
  • 승인 2009.06.01 1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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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채를 지고 있는 채권추심원,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잇는 미혼모, 딸을 시집보내야 하는 부도난 중소기업의 사장….

영화 "물좀주소"에 등장하는 인간 군상들은 요즘의 팍팍한 현실 그 차체다.

우비 공장 집 아들이었던 구창식(이두일)은 공장이 망하고 채권추심업자가 된다. 방음이 되지 않는 고시원 방 한 칸에 재고로 쌓인 우비와 담보로 잡힌 구식 승용차가 가진 것의 전부.

구창식은 실적은 꼴찌면서도 거짓말해가며 요리조리 피해다니는 채무자 곽선주(류현경)가 아르바이트로 생계를 꾸려 가는 미혼모라는 사실을 알고 돈까지 빌려주는 정 많고 오지랖 넓은 노총각이다.

부도난 중소기업 사장 조을상(김익태)은 딸 결혼을 위해 부도 직전 집 한 채를 딸 명의로 돌려놓고 "돈 없다"며 배짱을 부리고, 입사 면접에서 마흔 아홉번 낙방한 심수교(강인형)는 차를 담보로 사채를 쓴 구창식에게 돈을 갚으라며 쫓아다닌다.

희망을 품을 수도 없을 것 같은 이 사람들은 그러나 좌절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유쾌하고, 악착같고, 꿋꿋하다.

"물 좀 주소 물 좀 주소 목마르요 물 좀 주소 물은 사랑이요 나의 목을 간질며 놀리면서.."
영화 제목인 "물 좀 주소"는 극 중 구창식이 곽선주를 위로하며 불렀던 한대수의 노래다.

돌이 있으면 피해 가고, 높은 데서 낮은 데로 흐르는 물은 영화의 중요한 모티브였다. 영화는 한 고비 넘겼다 싶으면 또 한 고비가 다가오지만 그 고비를 피할 수도 거부할 수도 없는 사람들이 그래도 살아내고 버텨내는 우리네 삶에 대한 찬가다.

이창동 감독의 "초록물고기" 촬영팀으로 시작해 "박하사탕"과 "오아시스"에서 조감독을 지내고 충무로 입성 10년만에 첫 작품을 내놓는 홍현기 감독은 "열심히 인생을 사는 이름 없는 사람들에게 박수를 쳐주고 싶다는 마음으로 시나리오를 썼다"고 말했다.

홍 감독은 이 영화로 지난해 제11회 상하이 국제영화제에서 "아시아 뉴 탤런트 어워드(亞洲新人奬)" 최우수감독상을 받았다.

배우 안내상과 손병호가 "오아시스"의 인연으로 우정 출연했다.

4일 개봉.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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