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로나의 침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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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로나의 침묵
  • 이경철
  • 승인 2009.05.27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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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르덴 형제에게 지난해 칸 영화제 각본상을 안긴 "로나의 침묵"은 차가운 로맨스 영화다.

흔히 로맨스의 완성은 결혼이라 말하지만, 이 영화에서 결혼은 그저 시민권을 확보하기 위한 통로고, 돈을 벌기 위한 수단에 국한될 뿐이다.

알바니아에서 벨기에로 건너온 로나(아르타 도브로시)는 마약 중독자인 클로디(레메미 레니에)와 위장 결혼, 벨기에 국적을 취득한다.

목적을 달성한 로나와 그의 뒤를 봐주는 알바니아 조직폭력배 파비오(파브리지오 롱기온). 그들에게 클로디는 이제 걸림돌일 뿐이다.

하지만, 마약 중독을 치료하려는 노력을 통해 점차 차도를 보이는 클로디를 보면서 로나도 서서히 마음의 문을 열기 시작한다.

그러나 로나의 비극은 불타는 사랑은 아니어도 적어도 동정에 빠지는 순간 시작된다. 그런 점에서 비정함을 잃는 순간 나락으로 추락하는 필름 누아르의 주인공들과 닮은 꼴이다.

영화의 핵심은 로나가 삶에 더 따뜻하게, 그리고 진지하게 다가갈수록 그녀의 인생이 자꾸만 꼬여 간다는 점이다. 문화적 소수자(알바니아 출신)이자 성적 소수자(여성)인 그녀가 자기 목소리를 낼 때, 다시 말해 인간임을 선언할 때, 깊은 구렁은 삶 곳곳에서 그녀를 기다린다. 로나가 침묵할 수밖에 없는 이유다.

영화의 분위기는 음울하고, 내용 전개에 대한 설명도 그리 친절한 건 아니다. 다큐멘터리가 장기였던 다르덴 형제의 영화에서 아름다운 화면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일 것이다.

"약속"(1996), "더 차일드"(2005) 등 다르덴 형제 영화에 자주 등장하는 제레미 레니에는 이번 영화에서 14㎏을 감량했다.

벨기에 출신의 다르덴 형제는 "로제타"(1999)와 "더 차일드"로 칸 영화제 1등상인 황금종려상을 두 차례 수상한 바 있다.


6월 4일 개봉. 상영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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