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로니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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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로니를 찾아서
  • 이경철
  • 승인 2009.05.27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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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 만들어진 성장 영화는 매력적이다. 영상 안에서 숨 쉬는 인물들의 굴곡진 경험이 일반 관객에게 투영되면서 영화 속 인물도 관객도 모두 성장한다는 느낌을 주기 때문이다.

신상국 감독의 장편 영화 데뷔작인 "로니를 찾아서"도 "성장통"을 담고 있다. 하지만, 다문화 안에서 살아가는 삶의 방식을 말하고 있다는 점에서 "하이틴 류"의 성장 영화와는 궤를 달리한다.

"삶을 살아간다는 건 왜 이다지도 힘들까?"라는 의문에서 이 영화를 구상했다는 신 감독의 말처럼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저마다 버거운 삶을 버텨가고 있다. 태권도 도장을 운영하는 인호(유준상)는 불법체류자 "로니"(마붑 알엄)의 주먹 한 방에 비릿한 추락의 경험을 맛보고, 또 다른 주인공인 로니의 동료 뚜힌(로빈 시에크)도 언제 뜰지 모르는 "단속"에 불안해하는 불법체류자의 삶을 살아간다.

영화는 이러한 인호와 뚜힌의 미묘한 "우정"을 그리고 있다.

외국인 노점상을 단속하는 자율방범대 대원이자 태권도 사범인 인호는 방글라데시에서 온 "로니"의 노점상을 쑥대밭으로 만든다. 얼마 후, 인호는 마을 주민들을 앞에서 격파 시범을 보이던 중 대련 제안을 받는다. 도전자는 삶의 터전을 잃어버린 로니.

인호는 발차기를 시도하지만, 실전의 강자인 로니가 내뻗는 "분노의 주먹" 한 방에 쓰러진다. 공개적인 망신을 산 인호는 그때부터 모든 일이 뒤틀린다. "엄마가 도장에 가지 말래요"라는 대사가 보여주 듯 태권도장은 문 닫을 처지에 놓이고, 가정생활은 파탄에 빠진다.

복수심에 불타는 인호는 로니의 동료 뚜힌을 붙잡아 사라진 로니를 찾아 나선다. 영화는 이후부터 버디 무비의 공식을 따른다. 둘은 싸우면서 자아를 발견하게 되고, 사회의 부조리한 현실도 서서히 알게 된다.

이 영화는 다문화 사회의 부정적 측면, 즉 차별에 대해 얘기하고 있다. 하지만, 두 남자의 우정을 그리고 있다는 점에서 카메라의 시선 자체는 그리 차갑지 않다. 또 과장된 로우(low)나 하이앵글(High Angle)을 사용하기보다는 관객의 눈높이와 일치하는 듯이 느껴지는 평범한 앵글을 사용함으로써 현실감을 더해준다.

"잘 알지도 못하면서"(홍상수 감독)와 같은 독립영화부터 "삼총사" 같은 뮤지컬까지 활발한 활동을 보이는 유준상의 연기도 수준급 이상이다. 연기 경험이 전혀 없는 로빈 시에크도 간혹 괜찮은 연기를 선보인다.

다만, 뚜힌이 인호의 구박을 받으면서도 그의 주변을 맴도는 이유는 가슴에 와 닿지 않는다. 전체적으로 영화의 통일성이 떨어지는 이유다.


6월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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