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처음 만난 사람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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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처음 만난 사람들
  • 이경철
  • 승인 2009.05.27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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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편 데뷔작 "상어"로 국내외 영화계의 시선을 끌었던 김동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처음 만난 사람들"은 낯선 사람들의 이야기다.

이야기의 세 축은 탈북청년 진욱(박인수)과 탈북처녀 혜정(최희진), 그리고 베트남 청년 팅윤(꽝스)이다.

인수는 이제 막 하나원에서 나온 신출내기고, 혜정은 한국에 정착한 지 10년이 된 베테랑 탈북자다. 팅윤은 한국에 시집온 옛 애인을 찾아 무작정 한국 땅을 밟은 외국인 노동자.

영화는 길 잃은 진욱이가 혜정의 택시를 타면서부터 시작되는 집 찾기 과정과 진욱과 팅윤의 우연찮은 만남, 그리고 팅윤의 여자친구를 찾아 이들이 전북 부안으로 떠나는 과정을 세밀하게 담고 있다. 일종의 로드무비인 셈이다.

사실 인수, 혜정, 팅윤이 한국에 정착한 세월의 무게는 제각각이지만, 이들의 처지는 비슷하다.

모양이 비슷한 수많은 아파트 사이에서 자기 집을 찾지 못해 날밤을 샌 진욱이나 완벽한 서울말을 구사하며 북한 출신임을 숨기려 하는 택시기사 혜정, 그리고 "나도 인간입니다. 때리지 마세요"라는 짧은 한국말 밖에 할 수 없는 팅윤의 정서는 기본적으로 외로움에 기대기 때문이다.

이런 외로움의 정서는 우연히 버스에 동석한 팅윤과 진욱의 여행 과정 곳곳에 숨어 있고, 밤하늘의 별을 벗 삼아 세파를 헤쳐나가는 혜정의 택시운전 과정에도 고스란히 묻어난다.

영화는 그러나 외로움의 정서에만 머물지 않는다. 탈북자와 이주노동자를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차가운 시선도 포착한다. 집이 어디인지 물어보는 진욱의 질문에 사람들의 반응은 냉담하다.

혜정은 술 취한 남성에게 도둑으로 오인받으며, 팅윤은 사장에게 월급을 갈취당한다. 유머로 교묘히 포장돼 있지만 때로 가슴을 먹먹하게 만드는 장면도 있다. 사회의 부조리를 유머러스하게 다루는 감독의 솜씨가 상당하다.

2007년 부산국제영화제 아시아영화진흥기구상을 수상했고, 2008 로테르담영화제와 리옹아시아영화제 등에 초청됐다.

6월4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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