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신주쿠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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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신주쿠 사건
  • 이경철
  • 승인 2009.05.22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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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에는 어느 정도 과장이 있기 마련이다. 특히 극단적인 단어와 화려한 미사여구를 동원했다면 실제는 실망스럽기 쉽다.

청룽(成龍)이 액션과 코믹 연기 대신 처음으로 정극 연기에 도전했다는 영화 "신주쿠 사건"은 이를 다시 한 번 확인시켜 준다.

이야기는 간단하다. 돈을 벌러 간 애인을 찾아 중국에서 일본으로 밀입국한 철두(청룽)가 야쿠자와 얽히며 겪는 성공과 몰락.

그러나 이야기 전개에서 기본적인 개연성은 애초부터 염두에 두지를 않은 것처럼 보인다. 이야기와 상관없이 청룽의 멋진 액션 연기라도 있었다면 위안이 됐겠지만, 두 명의 아름다운 애인과 비교해도, 고락을 함께 하는 형제들 중에서도 유독 늙은 청룽의 얼굴이 안타까울 뿐이다.

영화 광고가 내세운 광고 문구와 몇 장면을 짚어보자. "청룽 최초의 쇼킹한 정사신, 작품을 위해 누드까지 불사하며 일생일대의 파격을 보여준다"고 한 문구에 기대 혹은 호기심을 품었다면 헛웃음이 나온다. 청룽의 맨 어깨와 가슴을 잠시 볼 수 있을 뿐이다.

광고는 또 "마약, 사창가 등 리얼한 드라마를 위해 잔인한 야쿠자 세계의 모든 것이 공개된다"고 한다. 그러나 야쿠자가 중국에서 온 순박한 불법체류자 무리에게 당하는 것을 보면 야쿠자에게 실망스러워질지도 모른다.

억울하게 팔이 잘린 동료의 복수를 위해 철두가 나선다. 우여곡절 끝에 철두가 야쿠자에게 칼을 꽂으리라는 것은 예상 가능한 일이지만, 그 과정에는 가슴을 졸이는 혈투라도 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철두는 어느 순간 야쿠자 두목의 방에서 두목과 일대일로 마주하고 긴 칼을 한 번에 꽂는다. 가장 비장하고 숨막혀야 하는 이 순간에 관객석에서는 폭소가 터진다.

"너무나 잔혹한 장면은 자를 것을 요청한 중국 검열, 그러나 단 한 컷도 버릴 수 없었던 제작진은 과감히 대륙 시장을 포기한다". 잔혹한 장면을 자를 것을 요청한 것은 그 장면이 너무나 잔혹해서가 아니라, 그 잔혹한 장면들이 다 필요가 없어서가 아닐까.

6월 18일 개봉.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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