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천사와 악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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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천사와 악마
  • 이경철
  • 승인 2009.05.11 1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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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사와 악마"는 론 하워드 감독이 댄 브라운의 베스트셀러 소설을 영화화한 두 번째 작품이다.

예수의 자손이 현존한다는 설정으로 논란을 일으켰던 "다빈치 코드"에 비해 가톨릭에 탄압받았던 과학자들이 복수에 나선다는 "천사와 악마"의 설정은 훨씬 온건한 편이다.

영화를 두고 가톨릭계에서 "신성 모독" 논란과 반발이 일고 있지만 영화 관객의 입장에서는 이야기 자체의 사실 여부를 떠나 영화 자체의 재미와 완성도가 중요할 터.

결론적으로 영화의 허무맹랑하고 황당무계한 스토리 전개와 결말을 대하는 관객은 이 영화가 과연 그런 논란을 일으킬 정도의 가치가 있는 것인지에 대해 비웃게 된다.

"뷰티풀 마인드", "프로스트 VS 닉슨"으로 아카데미 두 부문 후보에 올랐던 하워드 감독의 필모그래피에 오점으로 남을 가능성이 매우 크다.

유럽원자핵공동연구소(CERN)의 비토리아(아예렛 주어)는 빅뱅 실험을 통해 강력한 에너지원인 반물질을 개발한다. 그러나 동료는 살해당하고 반물질은 사라진다.

한편 하버드대 종교 기호학 교수 로버트 랭던(톰 행크스)은 교황청으로부터 사건 해결을 도와 달라는 부탁을 받는다.

과학자들의 조직인 "일루미나티"가 교황 선출의식인 콘클라베를 앞두고 유력한 교황 후보 네 명을 납치한 뒤 한 시간에 한 명씩 죽이고 마지막에는 반물질로 바티칸을 폭파시키겠다고 위협해 왔다는 것.

일루미나티는 지구가 돈다고 주장해 종교 재판을 받았던 갈릴레오와 코페르니쿠스 등이 속해 있던 과학자들의 조직이었으나 가톨릭의 탄압으로 사라졌다.

영화는 소설의 복잡한 이야기를 아주 단순하게 정리해 놓고는 거기에 영화적 재미를 덧붙이는 데는 철저히 실패했다.

납치된 추기경들이 살해되기 몇 시간 전 바티칸에 도착한 랭던 교수와 비토리아는 무능력한 근위대와 경찰을 대신해 암호를 풀어가며 추기경들이 살해될 장소와 반물질이 숨겨진 장소를 추적해 나간다.

촌각을 다투며 긴박하게 펼쳐져야 할 이 과정이 영화적 재미의 핵심이지만, 5시간의 추적은 손에 땀을 쥐게 하기는커녕 갑갑해 짜증이 날 지경이다.

짜증에 정점을 찍는 것은 순교자가 되는 척하다 슈퍼 액션 영웅으로 귀환했으나 결국 벌을 받는 악당이다. 한 방울만으로 도시 전체를 날려버릴 위력을 갖고 있다던 반물질의 실제 위력도 지극히 실망스러워 138분이라는 긴 러닝타임을 참아낸 관객들에게 끝내 허탈감을 안긴다.

14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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