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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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
  • 이경철
  • 승인 2009.05.11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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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가 너의 죽음을 알기 전에"는 "12인의 성난 사람들", "허공에의 질주" 등을 만든 미국의 노장 감독 시드니 루멧(84)의 신작이다.

일상적 드라마와 서스펜스를 혼합하는데 재능을 발휘해 온 루멧 감독은 신작에서도 마약, 총기, 이혼 등 미국 사회의 어두운 면면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노련한 연출력을 보여준다.

한 보석점에 강도가 든다. 현금과 보석을 쓸어담던 강도에게 가게를 지키고 있던 노부인은 방아쇠를 당기고, 강도 역시 노부인에게 총을 쏜다.

1주일 전으로 돌아가, 이혼 후 딸의 양육비를 제때 대지 못해 허덕이는 행크(에단 호크)는 형 앤디(필립 세이무어 호프먼)로부터 어처구니없는 범행을 제의받는다.

앤디는 회계법인 중역이지만, 마약에 중독돼 마약상에게 돈을 퍼준 나머지 위기에 처해 있다. 철없는 아내(마리사 토메이)는 앤디에게 완전히 의지하면서도 뒤에서는 시동생 행크와 바람을 피운다.

모든 위기는 가정에서 시작돼, 사회에서 폭발한다. 타락한 형제에게 가족은 힘을 주는 존재가 아니라 숨통을 틀어막는 사람들이다. 설상가상으로 이들이 사는 사회에서는 너도나도 총을 가지고 있으며, 돈만 있으면 마약은 손에 쉽게 들어온다. 요약하자면, 이들은 범죄 권하는 사회에서 살고 있다.

중산층의 몰락을 집중 조명한 미국 영화가 새로운 것은 아니지만, 주인공들의 사연을 묶어 숨가쁘게 몰아가는 탄탄한 드라마는 식상함을 덮어 준다.

눈에 띄는 것은 시간을 역행하는 퍼즐 맞추기식 전개다. 이런 방식은 장단점이 모두 있다. 전반부에는 이야기에 대한 흥미와 긴장감을 높여 주지만 후반부로 접어들면서 남발된 나머지 극에 대한 몰입을 방해하는 역효과를 낸다.

두 배우를 보는 즐거움은 크다. 미국의 대표적인 연기파 배우 필립 세이무어 호프먼은 동생에 대한 콤플렉스에 시달리는 장남 역을 온전하게 표현했으며, 유약한 동생 역을 맡은 에단 호크의 예민한 연기도 호프먼에 밀리지 않는다.

14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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