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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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바다 쪽으로, 한 뼘 더
  • 이경철
  • 승인 2009.05.11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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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다 쪽으로, 한 뼘 더"는 열여덟 살 소녀와 마흔 살 어른의 성장담이다.

기면증을 앓는 여고생 원우(김예리)는 시험을 보다가도, 길을 걷다가도 픽픽 쓰러져 잠 속으로 빠져든다. 남편 없이 원우를 키우는 엄마 연희(박지영)는 그런 딸을 마음 졸이며 지켜본다.

영화는 성인의 0.1%만이 앓는다는 기면증을 소재로 하고 있지만 그런 고통쯤은 누구나 하나씩 갖고 살아간다는 담담한 시선으로 그려냈다.

화면에는 유난히 실내를 들이비추는 햇살이 많다. 교실 창가로, 낡은 양옥집으로, 쓰러져 누워 있던 양호실로, 연희의 작업실로 들어오는 햇살이 일상을 채운다.

원우는 자전거를 사주지 않는 엄마에게 "과잉보호야"라는 말을 삐친 듯 내뱉지만, 엄마와 마주 앉아 맥주 한 잔을 마실 정도로 자랐고, 두 사람은 불치병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살아간다.

어느 날 쓰러진 원우 곁에서 휘파람을 불며 지켜주는 소년 준서(홍종현)와 엄마에게 다가온 사진가 청년 선재(김영재)로 인해 그들의 일상에 파도가 친다.

파도가 지나간 뒤 한 뼘씩 자라는 성장은 사춘기 소녀 원우뿐 아니라 딸 걱정에 웃음을 잃어버렸던 연희에게도 거쳐 간다.

담백하게 만들어진 영화에서 출연진들의 면면이 눈에 띈다.

맑은 얼굴을 한 원우 역의 김예리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무용과 출신으로 2007년 단편 "기린과 아프리카"로 데뷔해 미장센 단편영화제에서 연기상을 받았고 지난해에만 3편의 독립 영화에 출연했다.

모델 출신으로 "쌍화점"에서 건룡위 중 한 명으로 출연했던 홍종현과 영화 "사랑니"와 드라마 "달콤한 나의 도시"에서 섬세하고 따뜻한 남자로 분했던 김영재가 모녀에게 봄바람을 일으킨다.
비가 샐 정도로 낡은 양옥집을 고집하며 불안한 모녀를 말없이 감싸 안는 연희의 친정 엄마 서 여사는 최지영 감독의 실제 어머니다.

최 감독의 영화에 모두 출연해 벌써 세 번째 작품. "순간순간 진심으로 말하는 것이 어떤 배우가 하는 연기보다 값지다고 생각한다"는 최 감독의 말에 수긍이 간다.

한예종 영화과 출신인 최 감독은 단편 "산책"과 "비밀과 거짓말"로 많은 국제 영화제에 초청받았고, 장편 데뷔작인 이번 작품은 전주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초청됐다.

21일 개봉. 전체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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