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인사동 스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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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인사동 스캔들
  • 이경철
  • 승인 2009.04.20 1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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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품 복제를 사기극의 소재로 삼은 것이 무리였을까. "인사동 스캔들"은 그동안 한국영화에 없었던 매력적인 소재를 바탕으로 색다른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결정적으로 범죄극으로서 긴장감이 부족해 아쉬움을 남긴다.

조선시대 안견이 그린 벽안도가 400년 만에 발견된다. 벽안도를 손에 넣은 갤러리 비문의 회장 배태진(엄정화)은 천재 복원가 이강준(김래원)을 스카우트해 복원을 시작한다.

그러나 배태진과 이강준은 각각 다른 속셈이 있고, 이들 주변에서 인사동의 살아있는 족보 권마담(임하룡), 돈 냄새를 좇는 상복(마동석), 근복(오정세), 공수정(최송현) 패거리, 문화재 전담반 경찰관 등이 맴돈다.

미술은 "인사동 스캔들"의 소재이자 주인공이다. 제작진에 따르면 갤러리 비문을 비롯한 세트 비용에만 5억원을 들였고 그림 300점을 공수하는데 5억원이 들어갔으며 다양한 소품에 1억7천만원이 투입됐다.

많은 제작비는 화면에서 그대로 실감할 수 있다. 최첨단 복원실과 허름한 위작 공장, 강원도 산골에서 진행되는 복원과 복제 과정이 눈길을 끌고 인사동 골목과 골동품점, 지하 경매소, 일본 갤러리를 부지런히 오가는 장면들도 눈요기 거리를 준다.

전북 부안에 세트로 만든 창덕궁 승화루에서의 벽안도 공개 행사와 벽안도, 강화병풍, 송태수 자화상 등 실제 작가들이 그린 그림들도 큰 볼거리다.

그러나 이런 화려한 미술 실력을 극이 따라가지 못한다. 가장 큰 문제는 욕심이 지나쳐 너무 많은 인물과 이야기를 한편에 담으려 했다는 것이다. 두 주인공 외에 주변 인물들이 지나치게 많고 이들의 사연을 제각각 들려주는 데 많은 시간을 들인 나머지 정작 벽안도 사건에 대한 집중도가 떨어진다.

또 여러 에피소드가 유기성 없이 흩어져 흘러가는 탓에 관객의 속을 시원하게 해줘야 할 마무리 장면이 힘을 받지 못한다. 그에 반해 주인공들의 대사에는 힘이 너무 들어갔고 대화가 툭툭 끊어질 뿐 핑퐁처럼 오가는 맛이 없어 감흥이 적다.

박희곤 감독이 각본과 연출을 맡았다.

30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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