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엽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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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엽문
  • 이경철
  • 승인 2009.04.06 14: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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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문(1893-1972)은 중국을 대표하는 무술 중 하나인 영춘권의 대가이자 리샤오룽(이소룡)의 스승으로도 잘 알려진 인물이다.

영화 "엽문"은 중국의 무술 영웅 엽문의 일대기를 양념을 많이 치지 않고 다큐멘터리처럼 담았다. 영화 속 엽문은 일본에 맞서는 시대의 영웅임에는 분명하지만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야기답게 황당무계한 영웅담이 아닌 충분히 현실적인 에피소드로 묘사된다.

최고의 무술 실력을 지닌 엽문은 사랑하는 가족과 평화롭게 살아간다. 그러나 일본의 침략으로 집도 빼앗기고 막노동판을 전전하며 어렵게 생계를 꾸려간다.

일본군이 중국의 무인들을 비열한 방법으로 말살하려 하자 충격을 받은 엽문은 무술로 일본군에 저항한다. 엽문은 일본군에게 중국 무술을 전수할 것을 종용받지만 이를 거절하고 중국인들에게 영춘권을 전수하며 민족의 자존심을 지킨다.

이야기 흐름도 평화로운 시기에서 시작해 일본군의 침탈과 엽문의 저항, 다시 찾아오는 평화까지 기승전결이 뚜렷하게 구분되는 "쉬운" 영화이다.

다른 무술 영화를 압도하는 대규모 액션을 펼치지도 않으며 역사에 길이 남을 대업을 이루지도 않는다. 영화는 다만 평범했던 무술인 엽문이 맨주먹으로 시대의 영웅이 되기까지의 과정을 기교 없이 묵묵히 따라갈 뿐이다.

지나친 정직함과 단순함은 이 영화의 미덕이기도 하지만 한계로도 작용한다. 내용 전개와 결말까지 관객의 예상을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조금의 복선이나 반전도 없으며 오로지 상상했던 대로 진행될 뿐이다.

엽문 역을 맡은 홍콩의 액션스타 전쯔단(견자단.甄子丹)의 무술 연기는 화려하거나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빠르고 절도감이 있다. 전쯔단은 실제로 9개월간 영춘권을 수련하는 등 각고의 노력으로 실제 엽문을 연상케 하는 캐릭터를 만들어냈다.

"무술만 멋진 영화가 아니라 엽문이라는 무술의 대가가 가정과 나라가 어려운 상황을 극복하는 과정을 보여주고 싶었다"는 전쯔단의 의도가 스크린에 묻어난다.

중국 무술 영웅의 반일 투쟁기를 다룬 영화답게 스크린에는 비장미가 흐르지만 할리우드식 액션영화에 길든 국내 관객의 입맛에 맞을지가 관건이다. 홍콩에서는 제28회 홍콩 금상장 영화제에서 12개 부문을 석권했으며 호평 속에 속편 제작도 결정됐다.

16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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