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몬스터 VS 에이리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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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몬스터 VS 에이리언
  • 이경철
  • 승인 2009.03.31 11: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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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핵심은 이야기다."
애니메이션 제작자들은 기술적으로 아름다운 화면을 구현하는 데 가장 심혈을 기울일 것 같지만 막상 "성공적인 애니메이션의 가장 중요한 요소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열에 아홉은 이런 대답을 내놓는다. 26일 방한한 드림웍스 애니메이션 최고경영자 제프리 카젠버그도 마찬가지였다.

그렇다면 드림웍스가 "이야기의 혁명을 일으킬 새로운 기술을 사용했다"며 야심차게 선보이는 3D 입체 애니메이션 "몬스터 VS 에이리언"는 어떨까.

결론부터 말하자면, 기술적으로는 더할 나위 없이 잘 만들어졌지만, 핵심인 이야기에서는 실망스러운 작품이다.

수전은 결혼식 날 하늘에서 떨어진 운석을 맞고 갑자기 몸이 고층 빌딩만큼 커져버린다. 정부는 수전을 몬스터 수용소에 감금하고, 수전은 무리한 실험으로 곤충의 머리를 갖게 된 로치 박사, 물고기 인간 미씽링크, 생명을 가진 젤리 "밥", 초대형 애벌레 인섹토 사우르스와 만난다.

수전이 맞은 운석은 생명체와 결합하면 엄청난 힘을 주는 물질이다. 이 물질을 찾으려 하는 외계인 갤럭사는 지구를 공격하고, 몬스터 수용소를 관리하는 워 딜러 장군은 대통령에게 몬스터들을 활용해 외계인들에 맞설 것을 제안한다.

블록버스터급 영상은 흠잡을 데 없이 매끈하고 화려하며, 캐릭터들이 뻗은 손이나 부서져 떨어지는 자갈들이 눈앞으로 툭툭 튀어나오는 3D 입체 효과는 확실히 눈을 현혹한다.

캐릭터, 줄거리, 결말도 제작진이 안전한 선택을 한 결과인지 94분 동안 즐기기에 큰 무리는 없다.

그러나 딱 거기까지다. 자아를 찾아 나서는 선의의 주인공부터 그를 돕는 조력자들, 단순하고 포악한 악당 캐릭터에는 독특한 매력이 없고, 상황 전개도 평이하다. 잔웃음을 주는 장면들은 있지만 결정적으로 카젠버그가 드림웍스의 장점으로 꼽은 "패러디와 에지(Edge) 있는 유머"가 없다.

평범한 영웅담은 드림웍스의 "슈렉", "쿵푸 팬더" 수준의 영화를 바라는 성인 관객의 눈에 맞추기에는 역부족인데, 그렇다고 어린이 관객들의 눈에 쏙 들게 귀여운 캐릭터들이 멋진 활약을 펼치는 것도 아니라 타깃층도 어중간해 보인다.

3D 입체영상에 자막을 입히기 어렵다는 문제 때문에 입체영상을 즐기려는 관객은 한예슬이 주연을 맡은 한국어 더빙판을 택해야 한다. 리즈 위더스푼, 키퍼 서덜랜드, 휴 로리의 목소리를 듣고 싶다면 입체 영상을 포기하고 일반 영상으로 전환된 상영본을 보면 된다.

다음 달 23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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