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그림자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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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그림자살인
  • 이경철
  • 승인 2009.03.27 12: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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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강점기 경성. 열혈 의학도 장광수(류덕환)는 해부 실습용으로 우연히 주워 온 시체가 고관의 아들임을 알고 누명을 쓰지 않으려고 탐정 홍진호(황정민)에게 범인을 찾아달라고 의뢰한다.

돈을 모으겠다는 일념으로 바람난 부인들의 뒤를 쫓고 신문사에 사진을 팔아 넘겨온 건들건들한 사설탐정 홍진호는 범인을 찾으면 사례금 500원을 받을 수 있다는 장광수의 설득에 넘어가 일에 착수한다.

사대부가의 부인이지만 몰래 서양의 신문물을 익힌 발명가 순덕(엄지원)은 둘의 숨은 조력자다.

"슈퍼맨이었던 사나이" 황정민이 "탐정 추리극"을 표방하는 영화 "그림자살인"에서 일본 강점기 사설 탐정으로 돌아왔다. 캐릭터는 배우 황정민을 만나 그럴 듯하게 그려졌고, 감초들의 호연도 재미를 살려냈다.

중반까지 영화는 박진감있게 흘러간다.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하는 이야기를 따라 배우들의 연기에 툭툭 웃음을 터뜨리게 되며, 잘 만들어낸 흔들리는 카메라로 찍은 경성거리의 추격신도 아슬아슬하다.

그러나 사건이 절정에 이르고 해결되는 후반부에서는 맥이 탁 풀려버린다. 이야기는 흐지부지 흩어져 길을 잃고, 차곡차곡 쌓였던 긴장감도 깔끔하게 해소되지 못한다.
건들건들한 홍진호가 갑자기 정의감에 가득 찬 "슈퍼맨"으로 되돌아간 듯한 대사를 읊어 민망하게 하더니 마지막에는 다시 코미디로 돌아간다.

사건 해결의 단서들이 무릎을 탁 칠 만큼 결정적이지 않고, 홍진호의 "추리"에 감탄하거나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도 않아 "탐정 추리극"이라는 타이틀이 무색하다.

사건을 함께 풀어가는 장광수와 순덕이 의학도와 발명가로 설정된 것도 충분히 재미를 더할 수 있는 장치였으나 제대로 활용되지 못했다.

무게 중심이 살인 사건을 풀어가는 탐정의 추리에서 곡예단 이야기로 옮겨지다보니 엉뚱한 곳에서 터져나오는 하이라이트 장면이 생뚱맞게 느껴진다.

4월 2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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