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오이시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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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오이시맨
  • 이경철
  • 승인 2009.02.12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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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석(이민기)은 잘나가는 가수였지만 슬럼프에 빠져 동네 노래교실 강사로 일하고 있다. 그는 노래교실을 다니는 재영(정유미)에게 특별한 감정을 느끼지만 선뜻 다가서지 못한다.

현실에 짓눌린 현석이 도망치듯 향한 곳은 인적이 드문 홋카이도의 몬베쓰다. 현석은 공항에서 담뱃불을 빌려달라는 여자 메구미(이케와키 치즈루)를 만나고, 메구미의 여관에 짐을 푼다.

"오이시맨"은 공간과 풍경, 분위기로 호소하는 영화다. 청춘의 방황을 그린 성장기는 단순하고 뻔하며, 흥미로운 사건이나 재치있는 대사가 등장하는 것도 아니다.

"오이시맨" 속 사람들은 눈 쌓인 일본 홋카이도 작은 마을의 풍경만큼이나 느리고 조용하게 움직이고 무심한 혼잣말을 내뱉는다. 주인공들은 소설 속에서 빠져나온 것처럼 전형적이고 관념적인데, 이국적인 풍경까지 더해져 영화를 보다 보면 현실과 거리감이 생긴다.

영화사에서 "로맨스"로 홍보하고 있는 것과 달리 현석과 메구미는 "플라토닉 러브"조차 나누지 않는다. 이들 사이에 오가는 것은 우정에 가까운 정서적 교류다. 이들의 감정 교류를 돕는 것은 눈이 겹겹이 쌓인 거리, 바다 위를 떠다니는 빙하, 낡고 일본적인 메구미의 여관 등이다.

조금이라도 색다른 이야기를 기대한 관객이라면 실망하기 쉬운 흔한 성장담이고 청춘물이지만, 조미료를 치지 않은 담백한 맛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만족감을 안길 수도 있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조제를 그리워하는 관객이라면 이케와키 치즈루를 한국영화에서 만나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감격할 만하다.

홍보차 한국을 찾은 이케와키가 메구미를 "겉으로는 밝지만 아픔을 간직하고 있는 여자"라고 소개했듯이 젊은 사람들이 도시로 떠나간 뒤 홀로 고향에 남은 메구미는 상처입은 자신만의 세계에 빠져들기보다 무심한 듯하면서도 다른 사람의 상처를 보듬을 줄 아는, 조제를 꼭 닮은 여자다. 이케와키는 조제를 연기했을 때처럼 메구미를 온전히 품은 내면 연기를 보여준다.

이민기의 연기와 노래실력 역시 눈길을 끈다. 그동안 TV와 스크린에서 생각보다 행동이 앞서는 젊은이 역할을 곧잘 맡아왔던 이민기는 이번에 정반대의 배역을 소화했다. 또 꽤 많은 분량으로 우정 출연한 정유미는 평소 다른 작품들에서도 잘 드러났던 "4차원적"인 묘한 매력을 보여준다.

1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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