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마린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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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마린보이
  • 이경철
  • 승인 2009.01.21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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젊은 수영 강사 천수(김강우)의 꿈은 도박판에서 멋지게 한탕 한 다음 태평양의 환상적인 섬 팔라우로 뜨는 것이다.

마음은 이미 팔라우의 파란 바다에 가 있지만 현실에서 천수가 결정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다.

도박판에서 큰돈을 잃고 빚까지 지게 된 그는 마약 밀매를 위해 목숨을 걸고 현해탄을 건너야 하는 처지에 놓여 있으며 한편으로는 마약 밀매 조직을 소탕하려는 경찰에 협조해야 하는 처지다.

천수의 운명은 그 자신이 아니라 마약 밀매 조직의 무시무시한 보스 강 사장(조재현)과 강 사장 못지않게 포악한 경찰관 김반장(이원종)의 손에 있다.

아무리 머리를 굴려봐도 두 사람의 손바닥 안에 있는 처지. 강 사장의 여자 유리(박시연)와 사랑에 빠져 함께 탈출하려 하지만 상황은 그에게 불리하게만 돌아간다.

다음달 5일 개봉하는 영화 "마린보이"의 설정은 누아르 영화의 전형과 비슷하다.

꿈을 가진 주인공은 그 꿈을 향해 발버둥을 쳐보지만 허우적댈 뿐이고, 누구의 편인지 알수 없는 팜므 파탈(치명적 여성)은 그를 더욱 혼란스럽게 만든다.

누아르의 틀에서 출발하지만 영화가 갖는 톤은 다른 범죄액션물처럼 가벼운 편이다.

바다를 헤엄쳐서 마약을 운반하는 "마린보이"(Marine boy)라는 이야깃거리와 유리를 둘러싼 천수와 강 사장의 삼각관계, 후반부 엎치락뒤치락하며 벌이는 두뇌싸움 같은 상업 영화의 요소들이 버무려져 있다.

가장 큰 장점은 아귀가 잘 맞는 스토리와 깔끔하고 속도감 있는 편집에 있다. 복잡한 스토리를 말끔하게 풀어나가는 화법이 좋으며 풍성한 요소들을 화면에 담아 관객들 앞에 깔끔하게 풀어내는 연출력도 신인 감독의 영화 같지 않다.

여기에 조재현이나 이원종 같은 연기 잘하는 배우들의 든든한 호연에 김강우나 박시연의 매력이 조화를 이루는 연기 앙상블도 좋은 편이다.

깔끔한 만듦새를 갖췄지만 영화는 후반으로 가면서 힘이 부친 듯 보인다. 캐릭터 설정이나 배경 설명이 장황한데 반해 반전이 드러나고 격투가 펼쳐지는 클라이맥스가 짧은데다 긴장감이 떨어지는 까닭이다. 컴퓨터그래픽 티가 많이 나는 장면들도 간혹 등장해 눈에 거슬린다.
"복수의 엘레지", "잠복근무-29일째" 같은 단편을 만들었던 윤종석 감독의 첫 장편 영화로, "미녀는 괴로워"를 히트시켰던 리얼라이즈픽쳐스가 제작했다.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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