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적벽대전2 : 최후의 결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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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적벽대전2 : 최후의 결전
  • 이경철
  • 승인 2009.01.19 12:0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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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재미있는 전투다."
22일 개봉하는 "적벽대전2-최후의 결전"의 분위기는 한참 전투를 치르던 중 한 장수의 입에서 나온 이 대사로 함축된다.

캐릭터에 대한 설명과 전쟁을 앞둔 상황 묘사에 치중한 1편에 실망한 관객이라면 2편은 실망했던 기억을 깨끗하게 없애고도 남을 만큼 대부분 전투에 집중한다. 2편이 시작되는 지점은 적벽에서 대치하던 촉ㆍ오나라 동맹군과 조조의 위나라군이 본격적으로 전투를 펼치는 대목이다.

부제까지도 "최후의 결전"인 2편이 보여주는 적벽의 전투는 할리우드의 화려함과 오우삼 특유의 액션 스타일, 그리고 홍콩 누아르의 비장감이 뒤섞여 있다.

허수아비를 태운 배를 이끌고 10만개의 화살을 모으는 그 유명한 "초선차전"(草船借箭)이 스크린에서 그대로 재현되고 수백 척의 배가 불타오르는 화공전(火攻戰)도 웬만한 할리우드 영화 못지않은 스케일로 화려하게 펼쳐진다.

전투라고 해서 눈에만 보이는 화려한 볼거리만 있는 것은 아니다.

거짓정보를 흘려 조조가 채모와 장윤 등 수상전에 능한 장수의 목을 스스로 치게 하는 심리전도 흥미로우며 주유(량차오웨이ㆍ梁朝偉)의 부인 소교(린즈링ㆍ林志玲)의 미인계나 하늘의 기운을 읽어 바람의 방향을 이용하는 제갈공명(진청우ㆍ金城武)의 활약, 손상향(자오웨이ㆍ趙薇)의 첩보전도 등장한다.

지지부진한 캐릭터 설명 대신 전투 장면이 늘어난 만큼 영화는 춤추는 듯한 액션이나 의리를 중시하는 주인공들, 죽음을 불사하는 비장미 같은 우위썬(吳宇森) 감독 특유의 필름 누아르적 요소들이 크게 강화됐다.

이는 조조와 동맹군의 장수들이 모두 한자리에 모이는 마지막 장면에서 특히 두드러진다.

화살을 맞고도 적장을 향해 달려드는 장수들은 총을 들고 적을 향해 돌진하는 누아르 영화의 주인공들과 닮았다.

서로 등을 맞대고 적과 싸우는 주유와 조자룡의 모습은 총 대신 칼을 들었을 뿐 "첩혈쌍웅"(1989년)의 저우룬파(周潤發)와 대니 리(李修賢)의 모습과 다를 게 없으며 조조와 주유가 동시에 서로의 목에 칼을 겨누기 시작하며 여러 명의 칼이 얽히는 장면은 "영웅본색"(1986년) 속 장면과 비슷하다.

1편 개봉을 앞두고 작년 6월 내한해 얘기했던 것처럼 우위썬이 "적벽대전" 시리즈를 통해 보여주는 주제 의식은 바로 전쟁의 허무함과 평화에의 갈구다.

이는 전편에 비해서는 뜸하지만 여전히 자주 등장하는 비둘기의 날갯짓 같은 상징을 통해서 등장하기도 하지만 백성들의 평화를 위해 전쟁을 멈춰달라고 조조에게 얘기하는 소교의 말이나 "이 전쟁에서 승자는 없다"는 주유의 중얼거림처럼 대사를 통해 직접적으로 나오기도 한다.

최근 해외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감독이 "중국판 "트로이""라고 표현했던 대로 영화는 관객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할만한 다양한 즐길 거리를 담고 있으며 원작이 주는 재미있는 스토리까지 갖추고 있다.

다만, 지나치게 할리우드적인 흥행 코드에 맞춘 것 같은 느낌을 주는 장면들이 간혹 나와 오히려 몰입을 방해한다. 손상향이 첩자 활동 중 만나게 된 적군과 우정을 만들거나 전투 중에도 여유를 잃지 않는 주인공들의 모습은 차라리 없는게 좋을 뻔했다.

15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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