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편의점에서 빠져나와 차를 몰고 산간 도로를 달리던 킴은 멀리서 날아온 총탄에 맞는다. 킴은 두려움에 정신없이 달리지만 길을 잃어 방향을 제대로 잡을 수 없다.
헤매던 킴은 역시 총에 맞아 구멍난 바퀴 때문에 길에 멈춰서 있던 베아를 만난다. 둘을 산 속에서 힘껏 도망치지만 총구는 이들을 계속 따라온다.
스페인 곤살로 로페스 갈라고 감독의 "킹 오브 더 힐"은 정체를 알 수 없는 살인자들을 피해 달아나는 남녀에 관한 미스터리 영화다.
영화에는 사건이나 인물에 대한 배경 설명은 전혀 없고 카메라는 시종일관 숨을 헐떡이며 산속을 헤매는 피해자들의 모습과 고통만 따라잡는다. 정신없이 산속을 뛰어다니는 주인공들의 모습만큼은 긴장감있게 그려지지만 영화 속에서 더 이상의 정보는 얻을 수 없다.
범인도 물론 알 수 없다. 영화는 막을 내리기 15분 정도 전에 갑작스레 범인들의 얼굴을 보여주고, 내내 피해자들의 눈에 일치시켰던 카메라의 눈을 잠시 범인들의 시점으로 옮긴다. 범인들은 예상 밖의 인물들이라 보는 이들을 당황스럽게 만들지만, 이후에도 이 범인들에 대한 설명은 더이상 없다.
이 영화는 확실히 독특하고 실험적이다. 이 정체불명의 살인 행각을 보며 무슨 생각을 해야 할지 도통 알 수 없게 시작해 그 상태 그대로 엔딩 크레디트를 올린다. 감독이 어떤 특정한 의도를 가지고 이런 연출을 한 것은 분명해 보이지만, 문제는 그 의도가 무엇인지 관객들에게 과연 제대로 전달될지 여부다.
2월 5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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