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알파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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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알파독
  • 이경철
  • 승인 2009.01.19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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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은 머리가 커지면 어른들을 흉내내려 애쓰고, 어른인 척하기 위해 가장 먼저 배우는 일이란 "나쁜 짓"이다. 그중에서도 아이들이 가장 먼저 배우는 나쁜 짓은 무턱대고 남들 위에 군림하려 하는 대장놀이다.

"알파독(Alpha Dog)"은 미국의 청춘들이 방향을 잃고 점점 빗나간 길로 걸어가는 과정을 그린 영화다. 자유로운 미국 사회에서 통제 없이 방치된 이 아이들에게는 총기와 마약이 주어지고, 대장놀이는 소꿉장난을 넘어서 심각한 범죄로 변해간다.

1999년 미국 LA 교외. 아버지를 따라 거물 마약상이 되려 하는 불량한 청년 조니(에밀 허쉬)는 프랭키(저스틴 팀버레이크) 등 자신을 추종하는 "똘마니"들을 주렁주렁 달고있다.

조니는 친구 제이크(벤 포스터)가 빌려간 돈을 갚지 않고 자신에게 도전하자 프랭키 등 일당과 함께 제이크를 굴복시킬 방법을 고심하고, 길을 가다 마침 눈에 띈 제이크의 동생 잭을 데려가 혼내주기로 한다.

조니 일당은 별생각 없이 시작한 일이지만 잭이 납치당했다는 소식이 전해지자 동네는 발칵 뒤집히고 상황은 점점 더 섬뜩하게 꼬인다.

닉 카사베츠 감독의 시선은 한쪽으로만 고정돼 있지는 않다. 아이들이 잘못된 곳으로 나아가는 것을 어른들과 사회의 탓으로 돌리고 안타까운 시선을 보내는 한편으로는 청춘들의 방종을 상당히 냉정한 눈으로 바라보기도 한다.

형식도 다소 혼란스럽다. 방황하는 청춘들을 그린 영화는 흔히 어둠침침하고 우울한 분위기로 그려지기 쉽지만, "알파독"은 대체로 떠들썩한 음악과 음주, 섹스가 번잡하게 오가는 보통의 10대 영화처럼 흘러간다. 그러면서도 사건을 사실적인 기법으로 그리는 범죄물 또는 다큐멘터리처럼 시간과 장소를 화면에 명기하고 등장인물들에 대한 인터뷰 장면을 내보낸다.

단단한 구조를 갖췄다고는 볼 수 없지만 "알파독"은 분명한 장점을 가졌다. 불안감이라는 청춘의 심리가 꽤 섬세하게 묘사돼 관객은 영화의 논리성에 대해 고민하지 않고도 자연스럽게 이야기를 따라갈 수 있다.

또 실화에 바탕을 둔 이야기 자체가 충격적이라 113분의 짧지 않은 상영시간은 관객의 흥미를 잃지 않고 무리없이 흘러간다.

아이돌 가수 출신 팀버레이크의 연기는 기대 이상이고 브루스 윌리스와 샤론 스톤이 각각 조니의 아버지와 잭의 어머니로 출연해 짧은 분량이지만 인상을 남긴다. 미국에서는 2007년 1월 개봉한 영화라 지난해 "맘마미아!"로 스타덤에 오르기 전에 작은 배역으로 출연한 아만다 시프리드의 모습도 볼 수 있다.

제목의 "알파독"은 한 무리의 우두머리를 가리키는 말이다.

29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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