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트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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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트랩
  • 이경철
  • 승인 2009.01.19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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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단 캐스팅이 화려하다. 최근에는 주춤하지만 4~5년 전만 해도 "쉘 위 댄스"나 "시카고"로 건재를 과시했던 리처드 기어가 주인공이며 "로미오와 줄리엣"의 클레어 데인즈가 출연한다. 팝스타 에이브릴 라빈도 특별출연으로 얼굴을 내민다.

감각적인 영상에 치밀한 구성이 장점이던 "무간도"의 류웨이장(劉偉强) 감독이 할리우드에서 만든 첫 영화다. 이쯤되니 29일 개봉하는 영화 "트랩"의 티켓 파워는 꽤 커 보인다.

류웨이장은 장점인 꼼꼼한 플롯과 영상미를 잘 살렸고 배우들의 연기도 괜찮은 편이지만 영화는 스릴러물이면서도 정작 스릴의 강도가 그리 세지 않은 치명적인 단점을 지녔다.

영화 속 사건들은 정교하게 얽혀 있으며 "무간도"나 "상생"에서 감독이 보여줬던 감각적인 화면은 이 영화에도 잘 살아 있다.

그런데도 영화의 긴장감이 덜한 것은 산만한 전개와 불안한 캐릭터 설정, 어색한 대사 탓이다.

남자 주인공 에롤(리처드 기어)이 범죄자들을 혐오하는 비뚤어진 성격이 되는 동기가 뚜렷하지 않으며 에롤이 여자주인공 앨리슨(클레어 데인즈)을 신뢰하는 계기가 되는 그녀의 과거사 역시 대사에 짧게 흘러 지나갈 뿐이다.

단번에 범인들의 정체가 밝혀지는 것 역시 김을 빠지게 하는 대목이다. 인물들은 "범인이 누구일까" , "범죄의 동기가 무엇일까"를 고민하는 대신 "무간도"의 주인공들이 그랬던 것처럼 때아닌 정체성의 혼란에 빠져 허우적거리고, 그러던 중 단 한 번의 헛갈림도 없이 범인이 모습을 드러낸다.

퇴직을 한 달 정도 앞둔 에롤은 성범죄 전과자들의 동태를 파악하고 관리하는 공무원이다. 에롤에게 성범죄 전과자들은 다른 범죄를 노리고 있는 잠재적인 범죄자일 뿐이다. 여성들이 실종되면 이 사람들을 먼저 의심해야 한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에롤은 본업 외에도 성범죄자들에게 납치됐을 법한 잃어버린 아이들을 찾아 나서는 데 집중하는데, 이는 동료들의 반감을 산다. 그의 후임으로 막 부임한 앨리슨에게도 해당이 되는 얘기다.

두 사람이 티격태격 부딪치는 가운데 구역 내에 여고생이 실종당하자 이들은 자신들이 관리하는 성범죄 전과자들 사이에 범인이 있다고 직감하고 함께 실마리를 찾아 나선다.

2007년 완성된 이 영화는 일본이나 스페인, 태국 등 전 세계 20여개국에서 개봉했지만 정작 미국에서는 극장 개봉하지는 못하고 DVD로 직행했다.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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