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유감스러운 도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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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유감스러운 도시
  • 이경철
  • 승인 2009.01.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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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행에 있어서 조폭영화 "유감스러운 도시"의 장점은 "익숙함"이다. "투사부일체"의 출연진이 모여 만든 이 영화는 한국형 장르인 충무로 조폭영화의 틀 그대로다.

흥행성이 검증된 정준호ㆍ정웅인ㆍ정운택 트리오가 출연하고 익숙한 이야기틀과 익숙한 대사, 익숙한 설정이니 겉모습으로는 극장 좌석에 파묻혀 부담없이 보기에 별 무리가 없겠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장점이 익숙함이라면 이 영화의 치명적인 단점은 식상함이다. 영화는 익숙한 것들을 재치있게 변주하지 못하고 그저 뻔하게만 풀어간다. 캐릭터나 줄거리, 유머의 코드나 대사에서 지겹게 봐왔던 충무로 조폭 코미디에서 한치도 벗어나지 않는다.

조폭들은 말끝마다 욕이고 눈치 없는 녀석은 괜히 나서다가 보스에게 쥐어터진다. 영어에 대한 강한 거부감을 가진 조폭도 등장하고 경찰관은 전라도 사투리를 듣고 따라하며 조폭 수업을 받는다.

"두사부일체", "넘버3", "목포는 항구다", "가문의 영광", "미스터 소크라테스" 같이 조폭이 나오는 영화에서 수없이 봐왔던 설정과 유머다.

문제는 웃음을 유발하는 설정이 이들 영화만 못하다는 데 있다. 그저 뻔한 이야기와 뻔한 대사를 뻔하게 따라하는 데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화는 패러디의 묘미도 갖추지도 못했다. 홍콩 영화 "무간도"의 장면이나 대사를 다르게 꼬는 식의 재치를 갖추지도 못했으니 패러디보다는 짜깁기에 가깝다.

이런 까닭에 "무간도"나 이 영화의 할리우드 리메이크판인 "디파티드"의 팬이라면 실망을 넘어서 분노의 감정까지 갈 수도 있다. "할리우드에서는 상상도 못할 코미디"라는 영화의 홍보문구가 와 닿는 순간이다.

15세 이상 관람가. 22일 개봉.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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