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레저베이션 로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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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레저베이션 로드
  • 이경철
  • 승인 2009.01.13 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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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외에 나 있는 굽은 길 "레저베이션 로드". 평범해 보이지만 에단(호아킨 피닉스)의 마음 속에 이 곳은 지울 수 없는 상처로 남아 있다.

레저베이션 로드는 가족들과 함께 소풍을 갔다 오던 어느 날 반딧불이를 쫓아가던 어린 아들 조쉬가 교통사고로 목숨을 잃은 곳이다.

아들의 목숨을 앗아간 자동차는 잠시 머뭇거리다가 그대로 뺑소니를 쳐버렸다. 아들의 시신을 경찰에 인계하고 돌아온 에단은 의외로 냉정을 지킨다. 사랑하던 아들과 오빠를 잃은 아내(제니퍼 코넬리)와 딸(엘 패닝)을 묵묵히 달랠 뿐이다.

에단의 슬픔은 겉으로 드러나지 않았을 뿐, 가슴 깊은 곳에 묵직하게 남아있다. 경찰이 뺑소니범을 잡지 못한 채 시간이 흐르자 에단은 직접 범인을 찾아 나서고 멀쩡하게 자신의 아들과 함께 행복하게 살고 있는 범인 드와이트(마크 러팔로)를 우연히 발견한다.

영화 "레저베이션 로드"는 눈 앞에서 아들을 잃은 남자의 이야기다. 대학 교수로 가족들과 행복하게 살던 이 남자의 삶은 아들의 죽음으로 엉망진창이 된다.

아들이 없는 집은 슬픔의 공간이다. 귀여운 딸아이가 있고 여전히 사랑스러운 아내가 있지만 에단은 아들이 보고 싶어 견딜 수 없고 게다가 아들을 죽인 남자가 거리를 활보하고 있다는 생각에 괴로운 마음 뿐이다.
영화는 에단과 함께 가해자인 드와이트를 비중있게 보여준다. 변호사인 드와이트는 죄의식에 시달리지만 그 역시 소중한 아들이 있다. 자수하려고 경찰서를 가기도 하고 피해자의 집 주변을 배회하기도 한다. 죄책감에 시달리는 그 역시 자수하면 소중한 아들을 잃어버릴지 모른다는 괴로움에 힘들어한다.

피해자와 가해자의 만남이라는 설정 외에 큰 이야기 틀은 없는 이 영화에서 가장 빛나는 지점은 부성애와 죄의식에 괴로워하는 두 아버지가 만나는 영화의 후반부다.

"에단은 드와이트를 죽여야 할까", "드와이트는 죄값을 받아야 할까"하는 영화 속 고민들은 배우들의 열연에 몰두한 관객들의 고민으로 옮겨간다.
"호텔 르완다"와 "위 오운더 나잇"에 출연한 호아킨 피닉스와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의 마크 러팔로가 다른 처지에서 고민하는 아버지로 출연해 좋은 연기를 보여준다.

에단의 딸로는 다코타 패닝의 동생 엘 패닝이 출연해 언니 못지 않은 깜찍한 연기를 선보인다.

"호텔 르완다", "아버지의 이름으로"를 만들었던 테리 조지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29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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