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비 카인드 리와인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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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비 카인드 리와인드
  • 이경철
  • 승인 2009.01.05 1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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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허물어져가는 오래된 비디오 대여점의 점원 마이크(모스 데프)는 주인 아저씨인 플레처(대니 글로버)의 충고를 흘려 들었다가 고약스러운 상황에 놓여 있다.

여행을 떠나면서 플레처가 한 충고는 사고뭉치인 친구 제리(잭 블랙)를 가게에 들여놓지 말라는 것. 하지만 전력발전소에서 감전 사고를 당한 제리는 막무가내로 비디오 가게에 들어왔다가 자력(磁力)으로 가게의 모든 테이프를 지워버리는 대형 사고를 친다.

안그래도 새로 생긴 DVD 대여점에 밀려 장사도 잘 안되는데다 재개발로 가게는 철거 위기에 놓여 있는 상황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주인아저씨가 돌아오기만 기다려야 할 처지다.

울쌍을 짓고 있는 마이크에게 제리는 역시나 사고뭉치 같은 제안을 한다. 바로 자신들이 직접 고객들이 원하는 비디오를 만들어버리자는 것이다. 둘은 "고스트 버스터"를 시작으로 자신들이 직접 메가폰을 잡고 출연해 패러디한 영화들을 대여하고 고객들은 이들의 "짝퉁" 영화에 열광하기 시작한다.

코미디언 짐 캐리와 미셸 공드리 감독이 함께 만든 "이터널 선샤인"(2005년)에서 절절한 감동을 얻었던 관객이라면 공드리 감독이 또다른 코미디언 잭 블랙과 호흡을 맞춘 "비 카인드 리와인드"는 제작 소식을 처음 들었을 때부터 기다려왔던 기대작이었음에 틀림 없다.

"다중인격"의 짐 캐리가 "이터널 선샤인"을 통해 미셸 공드리의 깊이 있는 세계관에 안착했듯 잭 블랙과의 만남에서 어떤 화학작용을 가져올지 기대하지 않을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비 카인드 리와인드"에서 명배우와 명감독이 빚어낸 세계는 조화롭다기 보다는 덜컹거리는 쪽에 가깝다.

잭 블랙의 코미디는 예전보다 한층 독해졌다. 특유의 사이코적인 행동이 한층 심해진 셈이다. 그가 연기하는 제리는 두통의 원인이 전기회사의 음모라고 믿고 시종일관 갈등을 증폭시킨다. 그가 과장된 연기로 표현한 제리는 따뜻한 감동을 장점으로 하는 이 영화의 캐릭터 중 유일하게 불안한 인물이며 주변 캐릭터들과 그다지 조화를 이루지도 못한다.

비디오 대여점 같은 과거의 것들에 대한 애정을 보이고 영화의 진정한 의미를 찾고자 하는 노력도 있지만 "이터널 선샤인" 이후 시나리오 작가 찰리 카우프만과 결별한 공드리 감독의 내공 역시 예전같지 않다.

잭 블랙, 미셸 공드리, 혹은 둘의 만남에 두근거렸던 관객들에게 이 영화는 실망스러울 수밖에 없지만 그렇다고 상영시간이 아까울 정도의 졸작은 절대 아니다.

우왕좌왕 좌충우돌하면서 인물들이 만들어내는 소동은 킥킥대면서 즐길만할 정도의 코미디로는 충분하고 폐업을 앞둔 비디오 가게에서 갖는 마지막 상영회는 눈물을 훔쳐내게 할 정도로 감동적이다.

잭 블랙의 팬이라면 특히 그가 "고스트 버스터즈"부터 "러시아워", "로보캅", "맨 인 블랙", "반지의 제왕", 심지어는 애니메이션 "라이온 킹"까지 다양한 고전 영화 속 캐릭터를 연기하는 장면을 놓칠 수 없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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