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이스턴 프라미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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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이스턴 프라미스
  • 이경철
  • 승인 2008.12.01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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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을 전혀 입지 않은 문신 투성이의 건장한 남자가 머리에 수건을 두른 채 목욕탕에 혼자 앉아 있다.

피곤한지, 아니면 뭔가 생각이 있는지 고개를 푹 숙이고 있는 이 남자 앞에 갑자기 가죽점퍼 차림 괴한 2명이 나타나더니 다짜고짜 흉기를 휘두른다.

놀랄 틈도 없이 남자는 자신에게 흉기를 휘두르는 자들과 격투를 벌인다. 이 남자의 싸움은 영화에 흔히 등장하는 "사나이들의 싸움"과는 거리가 멀다. 머리카락을 잡고 손가락으로 얼굴을 짓누르며 몸의 모든 부분을 사용해 싸우는 사투(死鬪)다.

맨몸으로 벌이는 이 싸움은 증오심보다는 살아남기 위한 욕망에서 비롯된 것이다. 죽기 싫어하는 본능의 표출이며 생존을 위한 몸부림이다.

데이비드 크로넨버그의 신작 "이스턴 프라미스"의 목욕탕 격투장면은 두고두고 회자될만한 명장면이다.

2005년작 "폭력의 역사"와 함께 폭력을 소재로 한 연작으로 평가받고 있는 이 영화에서 감독은 런던갱들의 이야기를 사실적으로 보여준다. 관객은 이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폭력의 장면을 엿볼 수 있다.

영화는 다른 영화에서 흔히 보이는 번화가의 런던 대신 허름하고 위험하지만 진짜같은 뒷골목 런던을 보여주며 주인공들이 속한 폭력조직이나 몸에 새긴 문신 역시 진짜처럼 묘사한다.

무엇보다 영화가 가공된 이야기가 아닌 진짜라는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은 러시아 출신 마피아 니콜라이로 변신한 비고 모텐슨의 빛나는 열연이다.

실제로 러시아 조폭들과 함께 생활하기도 하고 러시아어를 배운 덕에 생긴 말투나 이미지 뿐만은 아니다. 차갑던 그의 연기는 개인과 조직, 대의(大義)와 소의(小義) 사이에서 고민하던 중 등장하는 후반 목욕탕 격투신에서 뜨겁게 폭발한다.

간호사 안나(나오미 와츠)는 혼수상태로 병원에 들어온 러시아 출신 어린 소녀의 아이를 받는다. 소녀는 아이를 낳다가 숨지지만 그녀가 남긴 것은 러시아로 쓰여진 일기장 뿐이다. 일기장에 쓰인 주소를 찾아 한 식당을 찾은 안나는 그곳에서 러시아 마피아 조직의 일원인 니콜라이(비고 모텐슨)을 만난다.

식당의 주인은 사실은 범죄조직의 보스이자 소녀의 죽음과 연관이 있는 인물이다. 그의 사고뭉치 아들인 키릴(뱅상 카셀)은 조직의 2인자며 니콜라이는 키릴의 친구이자 운전기사로 조직과 연결돼 있다.

안나는 계속 소녀의 흔적을 찾아 나서지만 그럴수록 위험에 처하고 키릴의 뒤치다꺼리를 하며 조직의 신임을 얻던 니콜라이 앞에도 위기가 기다리고 있다.

12월 11일 개봉. 청소년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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