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해피 고 러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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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해피 고 러키
  • 이경철
  • 승인 2008.11.19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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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른살의 초등학교 교사 포피(샐리 호킨스)는 좋게 말하면 긍정적인 게 매력인 미혼녀이지만 나쁘게 얘기하면 "철이 없다"며 타박받기 쉬운 스타일이다.

항상 웃는 얼굴의 이 여자는 누구에게든 먼저 말을 걸지 않으면 못 견딜 정도로 붙임성이 좋다. 상대방이 자신의 친절에 어색해하고 의아해하다가 심지어는 기분 나빠하더라도 여전히 웃는 얼굴이다. 표정이 굳어지면 "안잡아 먹어요. 맘 놓으세요"라며 자리를 뜨면 그만이다.

취미라면 친구들과 어울려 밤새 술을 마시며 떠드는 것. 모르는 사람 앞에서도 낄낄거리며 유치한 농담을 던지기를 즐긴다.

진지한 사람들은 그다지 "쿨"하지 못한 그녀의 행동에 뚱한 표정을 지으며 혀를 찬다. 친구들은 "모두를 행복하게 만들 수는 없다. 그만 착하게 굴어라"라고 조언하고 결혼한 여동생은 "집도 사고 저축도 하고 책임감을 가지고 살아라"며 잔소리도 한다.

20일 개봉하는 "해피 고 러키"는 사회 문제에 대한 날카로운 시선을 보여준 마이크 리 감독의 신작이다. 전작들에 비하면 한결 따뜻한 느낌이지만 감독 특유의 매력인 섬세한 인물 묘사는 변함이 없다.

전작 중에서 고르면 "해피 고 러키"는 택시기사의 우울한 일상을 그린 "전부 아니면 무"(2002년)나 낙태 시술과 노동자 계급의 현실을 다룬 "베라 드레이크"(2004년)보다는 비교적 초기 영화인 1996년작 "비밀과 거짓말"에 가깝다.

영화는 많지는 않지만 현실에 분명히 있는 낙천적인 여성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뒤 그녀가 소소한 사건을 겪어 가면서 자신의 삶을 마주 보는 과정을 담담하게 드러낸다.

그녀의 평범한 삶에 끼어드는 사건들은 자동차 운전 연수와 폭력적인 아이가 부리는 말썽이다.

포피는 자전거를 잃어버린 뒤 운전 연수를 받으면서 자신과 정반대로 비관적인데다 까칠한 성격을 가진 강사 스콧과 만나게 되고 학교에서는 다른 아이들에게 폭력을 휘두르는 굳은 표정의 닉을 보살핀다. 그리고 닉을 돕다가 만나게 된 사회복지사 팀(새뮤얼 루킨)과 사랑에 빠진다.

비교적 가벼운 톤의 코미디이지만 영화는 올해 65살의 마이크 리가 가지고 있는 인생에 대한 성찰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묵직하다.

"행운도 행복도 결국 스스로가 만들어간다"는 대사는 포피의 인생관인 동시에 감독이 관객들에게 주는 메시지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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