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로큰롤 인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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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로큰롤 인생
  • 이경철
  • 승인 2008.11.17 10: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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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이 귀한 시간과 돈을 들여 가면서 굳이 영화를 보는 이유는 무엇일까. 다양한 답이 가능하지만 대다수는 감동을 느끼기 위해서라고 답할 것이다.

"로큰롤 인생"(감독 스티븐 워커)은 그런 점에서 최근 보기 드물게 "볼 만한" 영화다. 108분의 상영시간에 보는 이들의 마음을 울리는 빛나는 감동의 순간이 여러 차례 찾아온다.

영앳하트는 멤버들의 평균 나이가 81세인 미국 노스햄턴 로큰롤 밴드다. 1982년 동네에서 시작된 작은 노래 모임이 로큰롤밴드로 변화하더니 유럽 순회공연을 할 정도로 인기를 얻게 됐다. 할아버지, 할머니들의 레퍼토리는 라디오헤드, 콜드플레이, 프린스, 롤링스톤스의 노래들.

2006년 영앳하트는 "건재하다(Alive and Well)!"라는 제목의 새로운 공연을 기획한다. 멤버들에게 노래를 가르치는 단장 밥 실먼의 지휘로 7주간의 연습에 돌입한다.

그러나 "캔(can)"이라는 단어가 71번이나 튀어나오는 앨런 투세인트의 "예스 위 캔 캔(Yes We Can Can)"과 사운드와 가사가 난해한 소닉 유스의 "정신분열증(Schizophrenia)" 같은 노래를 마음은 젊어도 몸이 따라주지 않는 노인들이 부르기란 쉽지 않은 일.

가사 두 줄을 못 외우는 스탠 할아버지와 박자 맞추는 것과 거리가 먼 도라 할머니가 부르는 제임스 브라운의 "아이 갓 유(I Got You)"도 만만치 않은 도전 과제다. 무엇보다 큰 어려움은 언제 동료의 사망 소식이 들려올지 알 수 없다는 사실이다.

삶의 마지막 시간을 충만하게 보내는 노인들의 도전을 담은 흥미로운 이야기는 다큐멘터리는 너무 무겁거나 지루하다는 편견을 확실히 깨뜨린다. 오히려 영화 속 인생에서 현실 속 삶의 참맛을 느끼고 싶은 관객에게는 더욱 좋은 선택이 될 수 있다.

넉넉한 마음으로 과거를 뒤돌아보고 현재를 사랑하며 미래를 꿈꾸는 노년의 모습은 억지스러운 열정과 지나친 야망으로 가득찬 젊음보다 아름답다.

동료의 부음을 들은 지 한시간 만에 재소자들 앞에 선 밴드가 부르는 "포에버 영(Forever Young)", 호흡보조기를 단 채로 무대에 오른 노인이 부르는 "픽스 유(Fix You)" 등 진심이 담긴 노래들은 영화가 끝난 뒤까지 긴 여운을 준다.

유머도 빼놓을 수 없는 요소다. 인생을 편안하게 바라볼 수 있는 나이의 노인들은 종종 중년의 감독을 당황시킬 만큼의 거침없는 유머를 던진다. 중간중간 할아버지, 할머니들이 노래를 부르는 모습을 뮤직비디오 형식으로 끼워 넣은 장면들도 즐거움을 안긴다.

"로큰롤 인생"은 올해 제4회 제천국제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소개됐다. 작품성과 대중성을 고루 갖춘 음악영화를 고르는 제천영화제의 안목은 1회 "스윙걸즈", 3회 "원스"에 이어 이번에도 확인된다.

27일 개봉. 관람 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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