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미후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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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미후네
  • 이경철
  • 승인 2008.11.1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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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그마95"는 관습적인 영화 촬영에 따른 부작용을 막고 실제 세계를 화면에 온전히 담기 위해 1995년 유럽의 젊은 감독들이 모여 맺은 서약이다.

이들은 사람 사는 모습을 제대로 잡아내려면 세트 촬영을 해서는 안되며 인위적인 조명을 쓰거나 일부러 배경 음악을 덧입혀도 안되고 카메라는 핸드헬드로 찍어야 한다는 10개의 어려운 조항을 정했다.

그에 따른 세 번째 결과물이 바로 국내에서 뒤늦게 개봉하는 "미후네"(1999)다. 도그마95의 1, 2번째 작품인 토마스 빈터베르그의 "셀러브레이션", 라스 폰 트리에의 "백치들"을 생각하면 무겁고 심각한 영화를 떠올리겠지만 "미후네"는 예상과 달리 따뜻한 분위기 속에 남녀의 로맨스를 그린다.

크라이스텐은 가난한 출신을 숨기고 회사 사장 딸과 막 결혼식을 올린 남자다. 어느 날 그는 오랫동안 소식을 끊고 지냈던 아버지가 세상을 떠났다는 전화를 받고 시골 농장으로 향한다.

농장에는 정신지체 장애인인 형 루드가 있고, 그를 혼자 둘 수 없게 되자 크라이스텐은 루드를 돌봐주고 집안일도 해줄 가정부를 찾는 광고를 낸다.

도시에서 콜걸로 일하는 리바는 전화 스토킹이 계속되고 자신의 직업에도 신물이 나자 가정부를 찾는 광고를 보고 농장으로 향한다. 여기에 퇴학당한 리바의 남동생이 농장으로 찾아온다.

과거를 숨기고 살던 외로운 두 남녀가 아름다운 전원에 내던져진 뒤 벌어지는 화학반응은 예상가능하다. 둘은 사랑하는 사이로 발전하다가 주변인들로 인해 여러 가지 갈등을 겪고, 결국에는 화해한다.

뻔한 러브스토리지만 겉치레에서 벗어나자는 도그마 서약과 만나면서 상승효과를 일으켰다. 덴마크 전원의 모습은 소박하고 자연스럽게 촬영되자 오히려 더욱 풍성해 보이는 효과를 낳았다.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에서 볼 수 없는 솔직하고 개성있는 캐릭터들은 스토리를 흥미롭게 이끌어나간다.

여기에 남녀의 로맨스를 넘어서 꿈 속에 사는 장애인, 반항적인 소년 등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사람들이 한 지붕 안에서 가족을 이루며 살아가는 모습도 따뜻함을 준다.

다만 촬영 이후 10년이나 흐른 세월이 느껴지는 낡은 대사와 어색한 말투의 번역, 유럽영화 특유의 생경한 유머 코드가 숨어있는 탓에 거슬리는 장면들이 있다.

20일 개봉. 관람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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