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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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길
  • 이경철
  • 승인 2008.11.03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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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5월16일 세계 최고봉인 히말라야 산맥의 에베레스트산을 등반하던 한국 원정대의 오희준ㆍ이현조 대원이 해발 7천700m 부근에서 눈사태에 파묻혀 숨졌다.

작년은 1977년 한국이 에베레스트 정상에 처음으로 깃발을 꼽은 지 30년이 되던 해였다. 원정대는 오르기 어렵다는 에베레스트 남서벽에 "대한민국 루트(길)"를 개척해 선배들의 업적을 기념하려했다.

숨진 산악인들은 다른 8명 가량의 대원들과 60일 동안 고락을 같이 한 끝에 정상 등정을 눈앞에 뒀다가 변을 당했다. 시신은 겨우 수습됐지만 원정은 중단됐고 동료 산악인들은 비탄에 빠졌다.

6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길"은 산악인 박영석씨가 이끄는 이 원정대의 에베레스트 도전기를 담고 있다. 30주년을 기념한 도전인 만큼 이들의 원정에는 1977년 당시의 선배 산악인들이 초반 베이스캠프까지 함께 갔고 "무사"의 조감독 출신인 김석우 감독은 원래 후배 원정대 보다는 선배 산악인들의 이야기에 초점을 맞출 생각이었다.

감독은 영화의 후반에 작은 분량으로 넣을 후배 산악인들의 박진감 넘치는 등반 모습을 촬영하기 위해 원정대에 합류했지만 예상치 못한 사고가 발생하자 다큐멘터리의 내용 전반을 수정해 후배 원정대 중심으로 이야기 틀을 바꿨다.

등반이 시작되는 영화의 앞부분 밝던 대원들은 얼굴 표정은 시간이 흐를수록 점점 어두워진다. 셰르파(등반 도우미)가 더 많은 보수를 요구하며 철수해버리기도 하고 고산병에 걸린 대원도 발생하며 돌발 사고도 끊이지 않는다.

대원들의 면면이 하나씩 드러나며 관객들과 점점 친근해지는 사이 원정대는 점점 정상에 다가가지만 아무도 가본 적 없는 곳에 새로운 길을 만들어야 하는 만큼 위험 요소도 늘어난다.

결국 박영석 대장은 자신이 가장 믿는 2명의 대원에게 루트 개척을 맡기지만 이들은 돌아오지 못할 길을 떠난다.

감독의 카메라는 초반에는 비교적 대원들과 간격을 유지한 채 인터뷰를 담아가지만 원정이 진행되면서 의도하지 않게 대원들의 틈에 깊숙이 들어간다. 카메라의 오디오에는 고산지대에서 함께 고생하는 감독의 거친 숨 소리가 묻어있으며 가파른 코스에서는 감탄사가 섞이며 화면이 떨리기도 한다. 산소 부족과 힘든 등반에 힘들어하던 감독은 고생한 대원들에게 "수고했다"며 직접 위로를 건넨다.

이렇게 힘든 과정을 감수하고, 목숨까지 내 놓으면서 이들이 산에 오르는 이유는 도대체 무엇일까?
영화의 초반 내레이션을 통해 "정답은 없다. 설산을 느끼고 바라보는 것이 행복이다"고 말하던 감독은 "삶은 예약된 죽음이며 죽은 대원들은 죽음을 살아내고자 했다"는 말로 대답을 대신한다.

영화는 CGV 체인의 예술ㆍ독립 영화 전용관인 "무비꼴라쥬"의 전국 5개 스크린을 포함해 모두 10개 스크린에서 관객들을 만날 예정이다.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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