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산업 진흥을 위한 제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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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원산업 진흥을 위한 제언
  • 김명원
  • 승인 2005.01.25 1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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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종철 삼성서울병원장
올해 대통령은 신년기자회견에서 교육ㆍ의료 등 고도의 소비사회가 요구하는 서비스산업을 선진국 수준으로 향상시켜 국민의 삶의 질(質)도 한 단계 끌어올리겠다고 언급했다. 동시에 교육과 의료서비스를 세계적 경쟁력을 갖춘 전략산업으로 만들겠다고 덧붙였다.

이러한 대통령의 비전 제시와 관련하여 이미 지난해부터 보건산업진흥원과 보건복지부가 보건의료산업을 국가 핵심 전략사업으로 육성하려는 정책과 사업을 진행 중인 것으로 알고 있다. 병원과 관련 있는 구체적인 내용으로는 경제자유구역 내 의료기관 진출 지원, 중소병원 육성 지원센터 운영, 의료서비스 산업육성을 위한 정책지원 등이 주요 내용이라고 한다. 이러한 시도와 노력이 다소 때늦은 감은 있지만 매우 다행스러우며 고무적인 정책으로 판단된다. 그러나 아직은 미흡한 면이 많이 있어 좀더 체계적이고 가시적인 지원과 대책, 활성화 방안들이 도출되어야 할 것으로 보여진다.

의료의 산업화, 시각 변화가 급선무

의료의 산업화를 위해서는 먼저 의료 특히 병원을 바라볼 때 좀더 균형 잡힌 시각이나 가치관이 필요하다. 의료는 복지사회 구현을 위한 가장 중요한 수단으로서 형평성과 접근성이 매우 중요한 가치임에 분명하다. 그러나 다른 한편으로 의료는 우리 경제를 이끌어 나가는 미래의 중요한 성장동력산업이라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21세기를 주도하고, 무한한 성장 잠재력과 폭발적 영향력을 갖춘 산업으로 생명공학산업을 꼽는데 많은 이들이 공감하고 있다. 그런데 많은 사람들이 병원이 생명공학산업의 중요한 인프라이자 관련 산업이라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 의료분야는 생명공학산업의 핵심이며, 병원은 이 의료산업에서도 가장 중요한 위치를 점하는 핵심부문이라고 할 수 있다. 실제로 의료기관은 경제 규모에 비해서 많은 인력을 고용하고 일자리를 창출하는 중요한 산업이며, 각종 생명공학 기술과 제품의 개발 과정에 주도적으로 참여하고, 최종 사용처로서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산업 육성의 측면에서는 형평성과 접근성의 가치가 아닌 효율성, 선택권 등이 중요한 가치이므로 이러한 점들을 눈여겨 보아야 할 것이다. 복지부의 의료 관련 정책 전반에서 이러한 균형 잡힌 가치관과 시각이 반영되어야 의료계의 진정한 산업화가 시작될 수 있는 것이다.

또 하나 중요한 점은 우리나라 병원의 특징은 비영리 기관의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점이다. 즉, 기업과 달리 이윤 추구가 주된 설립목표가 아니라는 점이다. 그러나 병원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서는, 특히 첨단 기술의 적용과 서비스의 질적 수준 향상을 위해서는 재투자에 소요되는 재원의 확보가 너무나 당연한 필수조건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부의 정책이나 우리 사회의 시각은 이를 충분히 인식하지 못하거나 외면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이러한 소요 자본의 조달을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신약 임상시험, 지식산업에 도전한다

현재 병원의 수익원은 진료 수익이 거의 대부분을 차지하며 장례식장, 주차장, 매점 등의 부대수익을 통해 병원을 운영하고 있다. 이러한 수익모델은 규모가 그리 크지 않으며, 병원의 진료와 직접 관련성도 적기 때문에 장기적으로 병원발전에 바람직하지 못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따라서 거대한 수익창출의 가능성이 있고 난치병 환자들에게 새로운 치료기회 제공은 물론 의학발전에도 기여할 수 있는 임상시험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실제로 삼성서울병원은 현재 신약의 임상시험을 통한 수익을 창출하기 시작했으나 아직까지 그 비중은 매우 적은 편이다. 이러한 시도는 향후 진료 수익 외에도 기술 개발과 이의 적용을 통한 부가가치를 많이 창출할 수 있는 새로운 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병원은 단순히 인적 자원의 노동력에 의존하는 서비스업이 아니라 지식과 기술을 창출하고 전달하는 지식산업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러한 점에 착안하여 기술 개발과 적용을 통한 다양한 수익사업의 확충이 가능하도록 정부의 지원 정책이 필요하다.

실제로 현재 보건의료 기술 개발을 위한 연구비 지원이 이루어지고 있으나 아직은 부족한 편이다. 어느 분야보다도 우수한 인적 자원을 가지고 있는 보건의료 분야의 기술에 대한 투자는 중장기적으로 국가 전체에 큰 효과를 가져 올 수 있을 것이므로, 단기간의 성과에 집착하지 말고 좀더 많은 연구예산확보를 통해 선진 수준의 연구인프라와 역량을 갖추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동북아 의료허브 실현을 위하여

의료시장 개방은 우리 의료계를 산업화하는 촉매제 역할을 할 것으로 보인다. 의료시장의 개방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시각과 주장이 있으나 경쟁을 통한 산업의 발전이라는 측면에서 분명히 장점이 있다. 사실 우리나라 의료기관들은 지금까지 본격적인 경쟁 환경에 노출되지 않았으며, 이로 인해 국제 수준에서 볼 때는 취약한 점이 많은 것도 사실이다. 시장의 개방을 포함한 경쟁 환경의 조성은 질적 수준 향상, 체질 개선, 국제 수준으로의 경쟁력 강화를 위해서는 어느 정도 필요하다고 본다.
실제로 우리나라의 의료산업은 동북아 의료허브로 발전시킬 수 있는 성공 가능 요인들이 많이 있다고 판단된다. 예를 들어, 지정학적으로 유리한 위치, 교통․수송 인프라, 우수한 자질의 의료인력과 잘 갖추어진 의료제공체계, 높은 수준의 의료 관련 산업, 선진국에 비해 낮은 의료수가 등을 꼽을 수 있다.
반면 장애 요소들도 존재한다. 경직된 규제 위주의 의료정책, 경쟁환경에 대한 경험부족, 국제적 수준에 못 미치는 서비스, 인근 국가와의 문화적 차이와 배타성, 언어적 장벽, 우리나라 의료기관에 대한 낮은 인지도 등이 그것이다.
이러한 장단점을 분석한 다음에 동북아 의료허브가 논의돼야 한다. 나아가 실현 가능한 목표가 되기 위해서는 우리가 가진 장점을 극대화 하고, 장애물을 제거할 수 있도록 정부, 의료계, 관련 산업, 학계의 통합된 노력이 필요하다.
의료시장 개방은 우리가 먼저 선진국보다 앞장서서 빠른 속도로 전면적 개방을 시행할 필요는 없을 것이다. 급격한 시장개방으로 인한 의료계의 혼란과 충격을 최대한 방지해야 하기 때문이다. 시장개방과 관련하여 경제특구 내 외국 병원의 유치가 주요 이슈가 되고 있는데 원칙적으로 특구 내 병원에만 특혜를 주는 것은 옳지 않으며 이는 국익 차원에서도 실익이 없을 것이다. 특히 특구 내 병원이 동북아 의료허브 실현에 중요한 요인이라고 오판해서는 안될 것이다. 외국 유명병원의 유치가 이루어진다면 이는 우리 의료계의 발전을 자극하는 계기가 될 수 있으리라 생각된다. 따라서 특구내 병원의 설립은 어디까지나 경제 특구 활성화라는 일차적인 목적을 달성하는데 우선 충실해야 한다. 또 한편으로는 의료시장의 개방은 경쟁력을 가진 우리 의료산업의 적극적인 해외 진출의 계기가 될 수 있다는 점을 놓쳐서는 안 된다.

영리법인과 민간의료보험

병원의 영리법인 문제와 민간의료보험이 의료산업화와 관련하여 주요 이슈로 거론되고 있다. 영리법인은 다양한 의료 소비자들의 욕구 충족, 의료기관 운영의 효율성 제고와 경쟁력 강화, 의료산업에 대한 자본 투자 유인 등을 통해 보다 높은 경쟁력을 가질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인들이 흔히 오해하는 것처럼 영리법인이 곧 의료의 공익성을 전면적으로 부인하거나 공공의료를 위축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실제로 영리법인을 인정해도 높은 경영 투명성과 여러 가지 사회적 압력, 효율성과 수익성 유지 등 현실적으로 생존이 쉽지 않은 탓에 생각처럼 많은 영리 의료기관의 출현을 예상하기는 어려울 것이다. 또한 영리법인과 무관하게 정부가 추진하는 공공의료의 기능 강화는 의료 시장의 취약점을 보완해줄 것이다. 의료의 공익성을 중시하는 비영리 의료기관에 대해서는 민간병원이라 할지라도 정부의 인적, 물적인 전면적 지원이 필요하다.
노령인구의 급속한 증가, 날로 높아지는 의료욕구 등으로 인해 국민의료비는 빠른 속도로 늘어날 것이며, 이를 정부와 공보험의 재정만으로 감당할 수는 없다. 지금도 우리 국민의 의료비 본인부담률은 OECD 국가 중 가장 높으며, 민간건강보험이 실제로 의료비의 일정 부분을 담당하고 있으므로 민간의료보험의 필요성을 부인하기는 어렵다. 전 국민이 국민건강보험과 의료급여의 의료보장체제에 속해 있는 우리나라의 현 상황에서 민간건강보험이 공보험을 대체하거나 경쟁하는 것은 현실적으로 어려우며 바람직하지도 않다고 본다. 공보험의 비급여 진료를 중심으로 한 보충형 민간의료보험에 대해서는 정부도 그 역할을 인정하고 있고 의료소비자들도 필요성을 절감하고 있다. 이제는 의료 이용자, 의료기관, 보험자가 함께 만족할 수 있는 시스템, 기존의 공보험 위주로 된 의료보장 재정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효과적, 효율적 시스템의 구축에 지혜를 모아야 할 때라고 생각한다.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그 기반이 되는 인력, 기술, 자본의 원활한 공급과 질적 수준의 향상이 필요하며, 이를 가능하게 하는 정책적 의지와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 병원 산업의 육성도 마찬가지이다. 또한 산업의 육성을 위해서는 시장의 기능에 맡기는 부분이 필요하다. 단, 의료의 특성을 감안하여 공공 부문에 의한 기본 의료의 확충과 보장은 필요하므로 정부의 균형 잡힌 시각과 정책이 중요하다. 그러나 병원 산업의 발전을 위해서는 이러한 거시적이고 외부적인 환경 조성만으로는 부족하다. 이와 함께 우리 병원들이 스스로 변화하고 경쟁력을 강화시켜나가는 자구적 노력이 절실하게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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