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러블리 로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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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러블리 로즈
  • 이경철
  • 승인 2008.10.27 13: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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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모를 잃은 10살 소녀 투이(팜티 한)는 삼촌의 대나무 공장에 갇혀 지낸다. 한창 놀 나이의 이 소녀는 삼촌의 구박을 받으며 일꾼으로 일하고 있다.

삼촌에게 꾸지람을 들은 어느 날 투이는 분홍색 디즈니 가방을 메고 유일한 친구인 바비인형을 움켜쥔 채 대도시로 도망친다.

투이가 도착한 베트남의 도시는 언뜻 보면 활기차 보인다. 거리는 네온사인으로 반짝이고 도로는 오토바이와 차로 붐빈다. 이미 전쟁의 상처는 다 잊은 듯, 마치 시장경제가 도입된 뒤 사회주의의 흔적까지 지워버린 느낌이다.

11월6일 개봉하는 "러블리 로즈"는 미국에서 자란 베트남 출신 스테판 거져 감독이 고향 베트남에서 만든 장편 데뷔작이다.

감독이 택한 시대적 배경은 사회주의의 흐름이 지나가고 자본주의 물결이 넘치는 1980년대다. 하지만 영화는 체제나 사회의 문제점을 들추거나 어두운 면을 집중하려 하지 않는다.

감독의 관심사는 정치적인 메시지보다 도시 속의 사람들, 그리고 이들이 우정 혹은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서로 소통할 수 있는지 여부에 있는 듯하다.

외롭게 자라다가 복잡한 도시에 혼자 남은 소녀, 그리고 이 소녀가 만나는 외로운 도시 사람들 사이에 우정이나 사랑이 싹틀 수 있을까?
화려한 화면이나 카메라 워킹을 내세우지 않는 이 영화는 차분하고도 따뜻한 시선으로 우정과 사랑의 가능성에 긍정한다.

도시에서 장미를 파는 투이는 활기찬 이곳에도 자신과 비슷한 외로운 사람들이 많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스튜어디스 란(켓 라이)은 매력적인 외모와 아름다운 마음씨에도 진정한 사랑을 만나지 못해 항상 외롭고 또 다른 친구인 동물사육사 하이(레더 루)는 이유도 모른 채 약혼녀를 떠나 보낸 그리움 탓에 힘들어한다.

투이는 장미를 팔다가 만나게 된 란과 함께 지내고 하이와는 팔려갈 처지에 놓인 코끼리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다가 친구가 된다. 자신처럼 외로워하는 란과 하이 사이에 사랑의 다리를 연결해주고자 동분서주하는 투이는 이들과 만나면서 자신을 걱정해주는 가족이 생겼다는 사실에 위안을 얻는다.

영화가 관객의 감성과 통하고 결국 울림을 주는 데 성공했다면 이는 아역 배우 팜티 한의 앙증맞은 연기 덕이 크다. 처음 해 보는 연기지만 영화 속의 "사랑스러운 장미" 역할을 훌륭히 해냈다.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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