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굿 바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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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굿 바이
  • 이경철
  • 승인 2008.10.20 12: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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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두들 알고는 있지만 대부분 잊고 사는 한가지. 바로 죽음이다.

30일 개봉하는 영화 ‘굿"바이’에서 첼리스트였던 주인공 다이고(모토키 마사히로)가 잊고 지내던 죽음과 한층 가까워지게 된 계기는 몸담고 있던 오케스트라의 갑작스러운 해체다.

백수 신세가 된 그는 우연히 "나이 상관없고 고수익을 보장한다"는 내용의 여행가이드 구인광고를 보고 면접을 봤다가 덜컥 합격해버린다.

새 직장의 근무지는 고향 마을이다. 돌아가신 어머니가 유산으로 남긴 집이 있는 곳이다. 왠지 너무 쉽게 취직이 된다고 생각했더니 알고 보니 "여행가이드"의 "여행"이라는 게 세상을 떠나는 죽은 사람들을 배웅해주는 일이다.

새 직장에서 해야 하는 일은 죽은 사람을 염(殮)한 뒤 관에 넣는 일, 즉 납관(納棺)이다. 처음에는 낯선데다 거북했고 아내(히로스에 료코)의 반대도 있었지만 수많은 죽음을 보며 다이고는 새로운 일에 애정을 갖기 시작한다.

죽음이 스토리 전체를 관통하는 소재이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영화 ‘굿"바이’는 마냥 무겁지만은 않다. 죽은 아내의 영혼이 딸에게 들어오는 내용의 전작 "비밀"에서 이미 죽음을 다뤄본 적 있는 다키타 요지로 감독이 보여주는 죽음은 유쾌한 쪽에 가깝다.

변사체로 발견된 독거노인에서부터 개구쟁이 남자아이, 노란 머리의 여고생 날라리, 고등학생 양말을 신겨달라는 유언을 남긴 귀여운 할머니까지 다이고는 다양한 망자(亡者)들의 얼굴을 화장해주고 좋은 옷을 입혀주며 배웅한다.

이들을 떠나보내는 가족의 반응 역시 마냥 우울하지만은 않다. 평소 아내에게 잘해주지 못했던 남편은 회한의 눈물을 떨어뜨리지만 죽은 할머니에게 무릎까지 오는 헐렁한 양말을 신겨준 손녀의 입에서는 웃음이 터져 나온다.

죽음은 점점 전문 납관사가 돼가는 다이고의 개인사에도 깊숙이 끼어든다. 다이고는 어릴 적 아버지가 그와 어머니를 버리고 멀리 떠났던 슬픈 기억을 가지고 있다. 아내의 출산을 앞둔 어느 날 그의 집에 아버지로부터 편지 1통이 배달된다.

언뜻 보면 잔잔한 감동이 특징인 다른 일본 영화들과 비슷해 보이지만 ‘굿"바이’는 인상적인 장면이나 좋은 연기로 무장하고 있어 한층 입체적이다.

독거 노인의 시체를 납관한 뒤 아내의 맨살을 헤집는 다이고의 모습이나 죽은 이의 가족들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카메라, 설산을 배경으로 한 마을의 풍경과 추억이 담겨 있는 어릴 적 목욕탕이라는 공간 등 영화 속 장면들은 극장을 나오고 나서도 잔상으로 남는다.

"으랏차차 스모부"의 주인공 모토키 마사히로와 "철도원"의 히로스에 료코 등 한국 팬들에게 익숙한 연기파 배우들이 극의 감정선을 이끌어가며, 미야자키 하야오의 음악감독으로 유명한 히사이시 조의 음악이 감동을 증폭시킨다.

올해 몬트리올영화제 그랑프리 수상작이며 내년 아카데미영화제에 일본을 대표하는 작품으로 선정되기도 했다.

12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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