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아내가 결혼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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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아내가 결혼했다
  • 이경철
  • 승인 2008.10.16 12: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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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여자가 행복한 결혼생활을 꾸리고 있는 상태에서 다른 남자와 또 다시 결혼을 하고, 양쪽 남자 모두 이를 받아들인다는 파격적인 이야기.

영화 "아내가 결혼했다"(감독 정윤수ㆍ제작 주피터필름)는 화제를 모은 동명 베스트셀러를 스크린으로 옮긴 작품이다. 이런 황당한 설정을 얼마나 설득력있게 그리느냐가 단연 영화의 관건이다.

결과적으로 "아내가 결혼했다"는 성공적인 각색을 한 것으로 보인다. 원작 팬들이 용인할 수 있을 정도의 작은 변주만 있을 뿐 큰 뼈대는 달라지지 않았다. 그러면서도 문자를 스크린으로 옮겨넣는 과정에 필요한 현실적인 감각을 살렸다.

평범한 30대 회사원 덕훈(김주혁)은 잠깐 함께 일한 적이 있는 프리랜서 프로그래머 인아(손예진)와 길에서 수 년 만에 우연히 마주친다. 뛰어난 미모와 활달한 성격에 두뇌회전도 빠르고 애교까지 만점인 인아는 어딜 가나 인기를 끄는 여자다.

덕훈과 인아는 재회하자마자 불꽃 튀는 화학작용을 일으켜 연인이 되고 꿈 같은 시간을 보낸다. 얼마 지나지 않아 대한민국 표준 30대 남성인 덕훈은 동시에 여러 명의 남자를 사랑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 인아로 인해 가슴앓이를 하고, 바람 같은 여자를 잡아보겠다며 끈질긴 설득 끝에 결혼에 골인한다.

"아내가 결혼했다"에서 가장 흥미로운 부분은 소설에서나 영화에서나 인아 캐릭터다. 소설에서 자유분방하면서도 지적이고 리더 기질이 강한 느낌이었던 인아는 스크린으로 넘어가면서 여성스러운 매력이 부각됐다.

그러면서 영상매체 특유의 장점인, 관객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는 접근법이 최대한 활용됐다. 주연 배우의 매력을 캐릭터에 그대로 투영함으로써 누릴 수 있는 이익, 즉 현실감 증대 효과가 일어났다. 원작에서 구구하게 설명된 축구와 인간관계의 비유를 단숨에 처리해 버리는 오프닝과 축구 장면들, 인아와 덕훈의 연애사, 결혼생활 등 디테일을 묘사할 때의 가볍고 유쾌한 터치도 그렇다.

이 과정에서 손예진과 김주혁이 아니었다면 불가능했을 영화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연배우들의 호연이 빛을 발한다. 손예진은 노출도 마다 않고 얄밉지만 미워할 수 없는 인아를 풍부하게 그려냈다. 김주혁 역시 사랑 앞에 한없이 작아지는 덕훈의 고뇌를 현실적으로 표현했다.

그러나 파격적이지만 그럴듯한 이야기를 반감하는 설정, 즉 인아를 세상에 없을 것 같은 완벽한 여자로 그린 점과 두 번째 남편 캐릭터를 희미하게 그린 점은 영화에도 그대로 이어져 아쉬움을 남긴다.

23일 개봉. 청소년 관람 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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