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내 친구의 사생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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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내 친구의 사생활
  • 이경철
  • 승인 2008.10.09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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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칫 잘못하다간 언제 가십란을 장식할지 알 수 없는 뉴욕 상류층 여자들. 평화로워 보이는 가정이지만 알고 보면 배우자가 바람을 피우고, "골드 미스"라는 이름으로 불리지만 사실 직장생활은 편치 않다.

유일한 위로는 역시 카페나 레스토랑에서 테이블을 사이에 두고 친구들과 나누는 수다다. 남자들이 들으면 깜짝 놀랄만한 신랄하고 노골적인 말들을 따발총처럼 내뱉는 이 여자 친구들은 모두 네 명이다. 그러니 어디서 많이 본 듯한 느낌이 당연히 든다.

"내 친구의 사생활"은 드라마 "섹스 앤 더 시티" 주인공들의 결혼 이후 모습을 담은 듯한 영화다. 그러나 원조 다툼을 하자면 "내 친구의 사생활"(원제 The Women)이 먼저다. 이 영화는 1930년대 연극 "여인들"을 영화화한 조지 쿠커 감독의 동명 영화를 리메이크한 작품이다.

패션지 편집장인 실비(아네트 베닝)는 뷰티살롱에서 절친한 친구 메리(멕 라이언)의 남편이 백화점 향수코너 직원과 바람났다는 소문을 듣는다. 실비는 부유한 집에 잘나가는 남편을 둬 부러움의 대상인 메리에게 이를 알려야 할지 난감하다.

원제 그대로 "내 친구의 사생활"에서 남자는 의도적으로 배제됐다. 사건의 단초와 실마리를 모두 제공하는 메리의 남편 스티브의 얼굴은 끝내 단 한번도 나오지 않는다.

메리의 친정 엄마는 등장하지만 아빠는 대화 속에 이름만으로 존재하며 실비를 압박하는 상사도 수화기 뒤편에 존재할 뿐이다. 스크린에 등장하는 여자 주인공들의 애인이라고는 레즈비언인 알렉스의 여자친구뿐이다.

1930년대의 원작을 바탕으로해 남편의 외도에 대처하는 메리의 자세나 친정 엄마의 조언, 친구들의 태도는 시대에 뒤떨어졌다. 메리가 자신의 정체성을 찾아나가는 해법은 너무 쉽고 결말도 의아하다.

여러 단점에도 불구하고 어느덧 중견이 된 여배우들를 보는 즐거움이 살아 있다. 멕 라이언은 오랜만에 영화에 출연해 "해리가 샐리를 만났을 때"에서 그대로 나이든 모습을 보여주며 아네트 베닝은 원숙한 연기를 보여준다. 또 홍수처럼 쏟아지는 대사 중에서 가끔 재치있는 말들을 건져낼 수도 있다.

9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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