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자유로운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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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자유로운세계
  • 이경철
  • 승인 2008.09.17 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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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켄 로치 감독은 "빵과 장미", "스위트 식스틴", "랜드 앤 프리덤" 등 사회적 약자들의 편에 선 영화들을 만들어 "블루 칼라의 시인"이라는 별명을 얻었다.

로치 감독은 이번에는 착취당하는 노동자에서 착취하는 사용자로 변해 가는 젊은 여성에 관한 "자유로운 세계(It"s a Free World)"를 내놨다.

이 영화는 표면적으로 이주노동자 문제를 소재로 삼았지만 실제로는 자유로운 사회에서 자유롭지 않은 삶을 살고 있는 현대인들의 아이러니한 현실에 대한 이야기다.

이주노동자 직업소개소의 계약직 사원 앤지(키어스턴 워레잉)는 남자 직원들의 성희롱과 부당한 대우에 스스로 회사를 운영하기로 결심한다.

룸메이트 로즈(줄리엣 엘리스)와 함께 직업소개소를 차린 앤지는 이주노동자들을 모아 공장에 일자리를 주선해주는 일을 시작하고 경험과 미모를 두루 이용해 성공적으로 사업을 이끌어 나간다.

그러나 부모님에게 맡겨둔 어린 아들 제이미와 함께 살기 위해 빨리 돈을 모아야 하는 처지인 앤지는 합법적인 방법보다 수익성이 훨씬 높은 불법체류자를 고용하는 쪽에 점점 마음이 기운다.

영화는 극적인 설정을 사용하기보다 다큐멘터리에 가까울 정도로 사실적인 묘사를 통해 사회의 어두운 이면을 까발린다. 절박한 상황에 몰린 주인공 앤지가 세상과 타협해 나가는 과정은 날카롭고 설득력 있게 그려졌다.

평범한 시민 앤지는 사회적 모순을 떠안은 피해자이자 부조리를 재생산하는 가해자다. 영화는 그에게 도덕적 잣대를 들이대지 않지만 면죄부를 주지도 않는다. 주인공의 위험한 선택을 담담하게 따라가다가 열린 결말을 관객에게 내보인 채 막을 내린다.

로치 감독은 전작들에서처럼 이번에도 비전문 배우를 기용해 영화를 찍었다. 워레잉은 4개월에 걸친 오디션 끝에 주연 배우로 선발돼 신선한 연기를 보여준다.

이 영화는 지난해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각본상을 받았다.

25일 개봉. 관람 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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