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매드 디텍티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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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매드 디텍티브
  • 이경철
  • 승인 2008.09.16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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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는 명성이 덜하지만 조니 토(두기봉ㆍ杜琪峰ㆍ53) 감독은 지난 수년간 세계 영화계에서 가장 큰 주목을 받고 있는 홍콩 감독 중 한 명이다.

한국에서는 89년 만들어진 "우견아랑"이나 한재석을 출연시켰던 95년작 "언픽스", 작년 개봉한 "익사일"(Exile) 정도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조니 토는 2000년 이후 칸과 베니스 등 주요 영화제에 초청되며 과거의 홍콩 누아르를 자신의 스타일로 계승하는 작가 감독이라는 찬사를 받고 있다.

18일 개봉하는 "매드 디텍티브"(Mad Detective)는 조니 토 감독이 "스토리 텔링의 귀재"로 평가받는 위가휘(韋家輝) 감독과 공동연출한 영화다.

기존 영화와 마찬가지로 밤의 어둠과 네온사인의 불빛이 대조를 이루는 도시의 뒷골목이 배경. 재미 뿐 아니라 의미를 추구하는 것으로 유명한 조니 토가 영화에서 끄집어 낸 소재는 다중 인격이다.

주인공 번(劉靑雲ㆍ류칭완)은 미치광이라는 오명을 쓴 채 퇴직한 전직 형사다. 한 인물의 다른 인격을 볼 줄 아는 독특한 능력을 가진 그는 존경받던 상사의 정년 퇴임식에서 자신의 귀를 잘라 바치는 기행을 보인 끝에 경찰복을 벗었다.

은퇴 후의 삶도 정상이 아니다. 이혼한 전부인에서 떨어져나왔다는 착한 인격과 동거 아닌 동거를 하면서 혼자 중얼거리는 게 일상이 됐다.

번을 사건 현장으로 다시 불러들인 것은 절도 용의자를 쫓던 한 형사의 실종 사건이다. 아무런 증거가 없어 혼자 살아남은 동료형사 치와이가 수사의 유일한 실마리인 셈이다.

사건의 담당 형사인 호(安志杰ㆍ앤디 온)는 미궁에 빠진 사건을 해결하기 위해 번에게 도움을 청한다. 사실 번에게는 피해자의 행동을 따라하면 과거의 범죄 상황이 보이는 또다른 능력이 있으니 사건 해결에 안성맞춤인 셈이다.

치와이가 7개의 다른 인격을 가진 인물임을 알게 된 번은 그의 뒤를 밟으며 사건 해결에 한걸음씩 가까워지지만 그럴수록 호 형사는 상식과 비상식, 과학과 비과학을 오가는 번의 수사 방식에 혼란을 느낀다.

다중 인격이라는 소재와 다중 인격을 여러 다른 인물로 보여주며 시각화하는 방식이 매력적이며 여기에 스토리 전개도 흡인력이 있지만 스릴러나 미스터리 장르의 영화가 갖춰야 할 치밀함은 다소 떨어진다.

피해자의 입장이 돼서 사건을 해결하는 모습이 설득력이 없는데다 후반부 등장하는 반전 역시 개연성이 떨어지는 까닭에 영화가 끝난 뒤 크레디트가 올라갈 때쯤에는 깔끔하지 못한 결말에 개운치 못한 기분이 들게 된다.
작년 베니스 영화제 메인 경쟁부문인 "베네치아" 섹션 깜짝 초청작이며 최근 폐막한 제2회 충무로국제영화의 관객상 수상작이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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