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꽃보다 남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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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꽃보다 남자
  • 이경철
  • 승인 2008.09.10 08: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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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맨스는 "그들은 영원히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난다. 그렇다면 로맨스 시리즈물은 전편에서 영원히 행복하게 살기로 결론 낸 주인공들을 어떻게 다시 이야기 속으로 끌어들여야 할까.

원제에 달려있는 "파이널" 세 글자를 떼어버리고 국내에 상륙하는 "꽃보다 남자"는 일본의 동명 드라마 1, 2편에 이어지는 작품이다. 2편에서 남녀 주인공이 사랑을 확인하고 로맨틱한 키스로 마무리됐지만 영화판은 또 다른 역경이라는 새 카드를 꺼내들었다.

원작은 일본을 넘어 아시아 전역에서 소녀들의 마음을 설레게 했던 동명 만화다. 만화를 바탕으로 드라마를 만들었던 이시이 야스하루 감독은 일본에서 높은 시청률을 기록했고 많은 제작비로 때깔 좋게 영화화할 기회까지 잡았다.

잡초 같은 소녀 마키노 츠쿠시(이노우에 마오)가 꽃보다 아름답고 부유한 남자들이 모인 "F4"의 리더 도묘지 츠카사(마쓰모토 준)와 함께한 지 4년이 흘렀다.

도묘지는 자신이 이끄는 회사의 사업 설명회에서 대학 졸업반인 여자친구 마키노와의 결혼을 발표한다. 마키노를 탐탁지 않게 여겼던 도묘지의 어머니는 상견례 자리에서 집안 대대로 내려왔다는 왕관 "비너스의 미소"를 예물로 내민다.

그러나 마키노 가족의 호텔 방에 괴한이 침입해 "비너스의 미소"를 훔쳐가고 마키노와 도묘지는 단서를 좇아 미국 라스베이거스로 향한다.

왕관을 되찾는 일이 이 커플에게 주어진 새로운 "미션"이다. 임무 해결을 위해 일단 라스베이거스로 날아간 마키노와 도묘지는 티격태격 싸우하면서 여전히 매력적인 캐릭터를 보여준다.

제멋대로인 도묘지와 심지 굳은 말괄량이 마키노의 유치하기 그지 없는 말다툼과 몸싸움이야말로 원작의 상큼하고 발랄한 느낌을 잘 살린 결과물이다. 드라마에서 이미 검증받은 캐스팅은 영화판에서도 잘 통한다.

그러나 전반부에서 파닥거리던 캐릭터들은 후반부 어드벤처의 세계로 뛰어들면서 조금씩 힘을 잃어간다. 마키노의 불안감이나 커플에게 닥치는 시련은 작위적으로 보인다. 라스베이거스, 홍콩, 남태평양의 섬을 종횡무진하는 장면들은 화려한 볼거리를 제공하지만 오로지 해피엔딩을 위해 억지로 짜맞춰진 듯한 인상은 지우지 못한다.

급기야 영화는 결말에 이르러 감동을 짜내기 위한 끈질긴 설득을 시작하고 전반부에서 애써 쌓은 "꽃보다 남자"다운 유쾌한 분위기를 짓눌러 버린다.

11일 개봉. 12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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