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황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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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황시
  • 이경철
  • 승인 2008.09.08 10: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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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황스(黃石)"라는 중국 지명을 "황시"라고 잘못 표기한 것부터 거슬린다. 의미를 파악할 수 없는 "황시"라는 제목보다 원제(The Children of Huangshi)에 충실한 제목이 좀더 친절하지 않았을까.

18일 개봉하는 "황시"는 난징(南京) 대학살을 배경으로 중국인 고아들을 돌보게 된 영국인 종군기자 조지 호그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다. 하지만 영화는 호그의 희생과 용기를 살리지 못한 채 진부하고 지루한 구성으로 일관한다.

1937년 일본군이 점령한 난징의 무자비한 학살현장을 취재하던 영국인 종군기자 조지 호그(조나단 리스 마이어스)는 일본군에 붙잡혀 참수형을 당할 위기에 처한다.

호그는 중국공산당 소속의 신사군(新四軍) 부대의 리더 천한성(주윤발)의 도움으로 목숨을 구하지만 심각한 부상으로 장강 주변의 소도시 황시의 고아원에 머물게 된다.

전쟁으로 더 이상 잃을 것 없는 60명의 아이들은 말도 통하지 않고 피부색도 다른 낯선 호그를 경계의 시선으로 바라본다. 호그가 대부호 마담 왕(양자경)을 찾아 식량 지원을 받고 미국인 종군 간호사 리(라다 미첼)의 도움을 받으면서 피폐했던 아이들도 점차 마음의 문을 열게 된다.

전란이 황시까지 밀려들면서 아이들이 전쟁터로 끌려갈 위기에 처하자 호그는 아이들을 이끌고 전쟁으로부터 벗어나 고비 사막 너머의 머나먼 곳으로 찾아가기로 하면서 험난한 행로가 시작된다.

영화는 낯선 동양에서 활약하는 서양인의 이야기를 다뤘던 영화들이 줬던 이상의 느낌을 주지는 못한다. 주윤발이 우위썬(吳宇森) 감독의 영화 "적벽대전"을 제치고 이 작품을 택한 것이 놀라울 정도로 영화는 도식적인 구성을 벗지 못했다.

호그의 성품과 동기를 추정키 어렵게 한 점에서는 감독의 불친절성이 드러난다. 복싱을 즐기는 활발한 종군기자 호그가 왜 자신에게 거리를 두는 고아들에게 그토록 정을 쏟아야 했는지, 왜 눈 내린 산길을 걸어 1천㎞나 떨어진 곳으로 대장정을 치러야 했는지가 개연성있게 설명되지 않는다.

게다가 영화의 모든 장면이 관객에게 교훈을 강요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영웅적인 희생정신을 보여준 백인 주인공과 일본의 침공으로 피폐해진 중국인 고아, 그리고 일본에 맞서는 중국 게릴라 전사에 이르기까지 관객들이 스스로 판단할 여지가 없다.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면서 호그의 보살핌을 받았던 고아 출신의 증언들이 뜻밖의 감동을 주지만 영화는 결국 별다른 참신함을 주지 못한 채 드라마틱하지 않은 전쟁드라마에 그치고 말았다.

12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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