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울학교 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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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울학교 이티
  • 이경철
  • 승인 2008.09.01 1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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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 뜨면 공차고, 비 오면 자습하고…. 10년차 고교 체육 교사 천성근 선생의 인생은 마냥 행복하다.

또래 직장인들이 "명퇴" 걱정에 야근도 불사해야 할 처지이지만 교직의 특성상 직장에서 잘릴 위험도 적다. 학창시절에 공부를 열심히 했을 스타일도 아닌데 지금은 무적의 철밥통을 가져 친구들 사이에서는 부러움의 대상이다.

하지만 행복은 오래가지 않는 법. 어느 날 교장선생님으로부터 영어 교사로 보직 변경을 하라는 청천벽력같은 지시가 내려온다. 게다가 영어 실력을 미덥지 못하게 생각하는 재단 이사장이 그에게 학생들과 함께 영어 시험을 치르게 하고 커트라인으로 70점을 제시한다.

불가능에 가까운 미션이지만 거절하면 백수의 길에 접어들어야 하는 처지. 선택의 여지가 없는 천 선생은 결국 제자들의 도움을 받아 영어 공부를 시작하기로 결심한다.

추석 시즌을 겨냥하는 코미디 영화 "울학교 이티"는 잘 만든 상업 영화의 전형을 보여준다.

영화의 기본 틀은 아류의 아류를 낳으며 식상해진 "충무로 코미디"와 다를 게 별로 없다. 초반 주인공의 캐릭터 설정 과정에서 웃음을 이끌어내다가 후반으로 갈수록 역경을 극복하고 결국 종반에는 감동의 물결이 밀려온다.

하지만 뻔한 이야기라도 이야기하는 사람의 재주에 따라 다른 법. 뻔한 "충무로 코미디" 장르의 틀 안에서도 풍성한 캐릭터와 줄거리, 에피소드로 무장하고 있어 코미디 영화 관객들을 충분히 만족시킨다.

김수로가 연기하는 천성근 선생이나 체육교사 출신인 교장선생님(이한위), 교장선생님의 무서운 부인이기도 한 이사장(김성령) 등 영화 속 캐릭터들은 현실성은 떨어지지만 풍성한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밉지 않은 존재들이다.

영화가 풀어나가는 스토리 역시 풍성하다. "영어선생으로 변신해야 하는 체육선생"이라는 간단한 이야기지만 재미있는 캐릭터들이 벌이는 풍성한 에피소드 등 그 위에 붙어있는 살들은 토실토실하다.

여기에 입시 현실을 꼬집는 풍자까지 갖췄으니 볼만한 추석용 코미디 영화, 또는 잘 만든 상업영화라는 칭찬을 받을 만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영화를 이끌어가는 김수로와 그를 든든하게 뒷받침해주는 이한위가 영화에 대한 "호감"을 이끈다.

김수로는 이전 출연작들에서 개인기에 의존한 가벼운 웃음을 이끌어냈다면 "울학교 이티"에서 한층 길어진 호흡의 코미디연기를 선보인다. 전체 드라마나 주변 인물들과의 조합이 탄탄해진 덕분이다.

김수로가 영화의 주무기라면 이한위는 비밀병기다. 이전 출연작들을 통해 작은 비중이지만 코미디에 대한 만만치 않은 내공을 보여줬던 이한위 역시 주연급 조연으로 출연한 이번 영화에서 자신의 진가를 제대로 발휘했다.

"퇴마록"(1998년)의 감독으로 2005년 "잠복근무"를 흥행에 성공시키며 학원 코미디에서 이미 실력을 발휘한 박광춘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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