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우린 액션배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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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우린 액션배우다
  • 이경철
  • 승인 2008.08.21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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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8일 개봉하는 "우린 액션배우다"는 다큐멘터리이지만 코미디에 가깝고 액션배우들이 등장하면서도 사실은 액션에 관한 이야기라기보다 청춘들의 꿈에 관한 이야기다.

꿈에 관한 이야기라고 해서 이 영화가 교훈적일 것이라고 생각한다면 오산이다. 물론 영화 속 인물 중에는 액션배우의 꿈을 소중히 가꿔가는 이들도 있지만 꼭 그렇지 않은 친구들도 있다.

영화 속 액션배우들 혹은 액션배우를 꿈꾸는 이들은 갈 길을 정해놓고 밤낮없이 매진하는 바람직하기만 한 그런 청춘들은 아니다. 꿈과 현실 속에서 고민하기도 하고 때로는 좌절하기도 하면서 때로는 루저(loser)다운 한심함을 보이는 까닭에 지금 우리 주변에 있는 청춘들이다.

영화는 그런 점에서 꿈에 대한 찬가이고 루저들에 대한 다독거림이며 20대에서 30대로 향하는 남자들의 성장기다.

등장인물들은 크게 5명이다. 모두 서울액션스쿨 8기생들로 액션스쿨 졸업작품 "칼날 위에 서다"를 함께 만든 이들이다.

귀덕은 차 뒤집는 게 주특기다. 자동차 정비사였던 전직을 살린 셈이다. 대표작은 "괴물"에서 한강에 떨어지는 사람. "칼날 위에 서다"에서도 떨어지는 대역을 했으니 떨어지는 일 전문이다.

진석은 미용사 출신으로 프로복싱 신인왕전에서 탈락한 "전력"이 있다. 진석이 나름대로 괜찮은 직업이던 미용사 생활을 접은 이유는? 재미있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보자는 결심 때문이다.

성일은 발차기는 어설펐지만 잘생긴 얼굴 덕분에 액션스쿨에 합격했다. "쩐의 전쟁"에서 박신양의 대역을 하기도 했지만 연기 뿐 아니라 액션이 뛰어난 박신양 때문에 단 1컷 출연하는 데 그쳤다.

영화 속 인물들 중 가장 어린 문철은 고등학교를 졸업한 직후 액션스쿨에 들어왔다. 댄스 실력도 좋고 우슈 선수까지 했으니 기본기가 가장 잘 갖춰졌던 셈이다. 어리지만 뛰어난 실력을 갖춘 문철은 잦은 부상으로 가수 준비를 하고 있다.

다큐멘터리 속 인물 중 가장 많은 이야깃거리를 가지고 있는 문제아는 세진이다. TV출연이 좋아 액션스쿨을 지망했던 그는 특유의 "뻥"으로 결국 합격했지만 한가지 일을 진득하게 하지 못하는 성격 탓에 여러 직업을 전전하고 있다. 지금은 제주도의 말 농장에서 일하고 있다.
초반을 제외하고는 카메라 앞에 서지는 않지만 연출자 정병길 감독 역시 이들과 액션스쿨 동기 사이로, 졸업 이후 액션배우 생활을 접고 단편영화를 연출하고 있다.

"칼날 위에 서다"의 메이킹 필름에서 시작하는 영화는 이후 2년 가량을 뛰어넘어 각자 다른 곳에서 생활하는 "동기"들을 보여준다.

전체 동기 36명 중 액션스쿨을 수료한 사람은 15명 뿐. 함께 "칼날 위에 서다"를 만들었던 친구들 중에서 액션 연기를 하는 친구는 귀덕과 진석, 성일 뿐이다.

다큐멘터리이면서도 영화는 시종일관 유머를 잃지 않고 있다. 인물들의 꿈이 현실과 어떻게 부딪쳤는지를 보여주기 위해 감독은 각 인물의 캐릭터를 풀어내는 데 집중할 뿐이지만 마치 시트콤처럼 각 캐릭터는 개성이 넘쳐나며 이들을 둘러싼 에피소드 역시 웃음을 자아낸다.

액션배우라는 꿈이 현실이 되도록 도전을 계속하는 이들의 고민은 바로 목숨을 담보로 일을 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액션 연기가 좋고 영화가 좋지만 현장에는 크고 작은 부상의 위험이 항상 도사리고 있기 때문이다.

이들의 고민은 영화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촬영감독이며 자신들의 선배인 지중현 무술감독의 죽음과 함께 극으로 치닫는다.

"놈놈놈"의 300분의 1정도인 4천500만원의 제작비로 만들어졌지만 "우린 액션배우다"는 올해 선보인 한국 독립영화 중 가장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작품으로 불리고 있다.

꿈과 청춘, 그리고 성장이라는 만만치 않은 주제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의 바탕에 깔려있는 액션과 각 인물들에서 우러나오는 유머에 영화 후반부의 감동까지 상업영화의 요소도 넉넉히 갖추고 있는 덕분이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는 평점 5점 만점 중 4.69점을 받아 관객이 뽑는 "최고 인기상"을 수상했으며 최근 열린 정동진 독립영화제에서도 관객상인 "땡그랑 동전상"을 받았다.

12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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