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스마트 피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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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스마트 피플
  • 이경철
  • 승인 2008.08.18 14: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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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아비 생활 17년차의 영문학 교수인 로렌스(데니스 퀘이드)는 자기 일만 그럭저럭 해나갈 뿐 다른 사람의 삶에 도무지 관심이 없는 그런 스타일의 사람이다.

관심이 없으니 수업을 듣는 학생의 이름이나 기억할 리도 없고, 아들의 대학생활 혹은 딸아이의 진학 문제 역시 관심 밖이다.

그저 무심하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 이 남자에게는 로맨스가 쉽게 다가올 것 같지도 않다. 자기 중심적인 사람이 사랑에 빠지기는 쉽지 않은 법. 게다가 남의 말은 안 듣고 자기 얘기만 하려는 치명적인 단점도 갖췄으니 이 남자를 견뎌낼 만한 여자는 많지 않아 보인다.

아이로니컬하게도 이 이기적인 남자에게 사랑은 자신밖에 모르는 성격 덕분에 찾아온다.

차량 1대를 주차장 2칸에 제멋대로 주차하는 "이기적인" 주차 습관 때문에서 차가 견인 당하자 주차장 펜스를 넘던 그가 낙상사고를 당한 것. 병원에서 눈을 떠보니 꽤 괜찮아 보이는 여의사 자넷(사라 제시카 파커)이 주치의로 자신을 치료하고 있다.

사실 자넷은 10년 전에 로렌스로부터 문학 수업에서 C학점을 받았지만 한때 그를 흠모했던 제자였다. 조심스럽게 서로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는 두 사람은 조금씩 사랑에 빠져간다.
이날의 사고가 로렌스에게 오래간만에 자넷을 만나는 행운을 가져다줬지만 동시에 골칫거리를 안겨주기도 한다.

돈을 꿔달라고 찾아온 동생 척(토마스 헤이든 처치)이 한동안 운전을 못하게 된 로렌스 대신 운전기사 역할을 하겠다며 그의 집에 눌러 앉은 것.

지적 수준으로 치면 척은 대학 교수인 로렌스나 로렌스의 우등생 딸 바네사(엘렌 페이지)와는 정반대에 가깝다. 영화의 제목인 "스마트 피플"(Smart People)과는 거리가 먼 셈이지만 성격만 본다면 이기적인 유전자를 함께 가지고 있는 두 부녀보다 정상에 가깝다.

21일 개봉하는 "스마트 피플"의 매력은 시나리오에 있다. 다소 밋밋한 줄거리를 가지고 있지만 영화는 따뜻하면서도 유쾌한 유머로 무장하고 있다. 현실에서도 그대로 살아있을 것 같은 캐릭터와 대사 역시 별로 극적인 장면이 없는 스토리에 힘을 불어넣는다.

영화의 또 다른 매력은 로맨틱 코미디이면서도 "좋은 게 좋은 것"이라는 식의 가벼움은 없다는 것이다. 다른 로맨틱 코미디처럼 해피엔딩으로 향하고 있지만 사랑에 빠지는 캐릭터들은 서로에게 억지로 맞춰가기보다 원래의 성격을 그대로 유지한다. 등장인물들은 각자의 상처를 억지로 극복하기보다 따뜻한 시선으로 서로 감싸줄 뿐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는 전형적인 할리우드 로맨틱코미디에 비해 지적인 분위기를 풍긴다.

이 영화를 보고 만약 알렉산더 페인의 2004년작 "사이드 웨이"를 떠올렸다면 이는 두 영화 모두를 제작한 프로듀서 마이클 런던의 덕일 듯하다. 두 편은 잔잔한 스토리에 유쾌한 유머, 가벼운 톤이면서도 깊이를 갖춘 줄거리를 장점으로 갖췄으며 토마스 헤이든 처치라는 든든한 조연이 등장한다는 점을 공통점으로 가지고 있다.

15세 이상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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