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장강7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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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장강7호
  • 이경철
  • 승인 2008.08.18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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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우싱츠(周星馳)가 "CJ7-장강7호"(이하 "장강7호")로 한국팬 곁으로 돌아온다. 2005년 1월 개봉한 전작 "쿵푸허슬"에 이어 3년 반 만의 복귀다.

오랜만의 복귀작으로 꺼내든 장르가 공상과학(SF)영화의 일종이라서 의외지만 저우싱츠의 팬이라면 한층 철이 든 그의 모습과 여전한 장난기를 함께 발견할 수 있는 소중한 경험이 될 것 같다.

자신 만의 유머 스타일을 고수해오고 있기는 하지만 사실 저우싱츠의 필모그래피는 꽤 다양한 장르의 영화로 채워져 있다.

억지로 장르를 붙인다면 데뷔작 "벽력선봉"은 경찰 액션영화, 명성의 시발점이 된 "도성"은 카지노 영화, "007 북경특급"은 첩보물, "서유기" 시리즈는 판타지였던 셈이다.

"장강7호" 역시 외계 생물체가 등장해 SF라고 할 수 있지만 지금까지 줄곧 유지해오던 "막가파식" 코미디의 맥은 그대로 잇고 있다.

여전히 저우싱츠는 좋아하는 여성(아들의 선생님)에게 저질 유머로 매력을 발산하고 앙증맞은 목소리에 비해 터무니없이 덩치가 큰 여자아이는 주인공 꼬마에게 애정을 고백한다. 순해 보이는 외계 생명체 장강7호는 매트릭스식 액션으로 골목길에서 마주친 못된 개를 혼내주며 잘난 척하는 선생님은 코를 후비다가 맛을 음미하는 행동도 서슴지 않는다.

공사장에서 일하는 아버지(저우싱츠)와 함께 반쯤 무너져 내린 집에서 살고 있는 샤오디(徐嬌ㆍ쉬자오). 가난해도 아들 교육에는 열성인 아버지 덕분에 명문 사립학교에 다니지만 부잣집 아이들이 넘쳐나는 학교에서 별종 취급을 받는다.

급우들에게 인기가 좋은 장난감인 "장강1호"를 사 달라는 아들을 혼낸 날, 아버지는 쓰레기 더미에서 공처럼 생긴 녹색 물건을 선물이라고 가져다준다.

아버지가 붙여준 이 물건의 이름은 장강1호보다는 7배는 더 좋을 것 같은 장강7호다. 기껏 해야 탱탱볼 수준인 장강7호를 탐탁지 않게 생각하던 샤오디. 우연히 장강7호에 달려있는 스위치를 눌렀더니 강아지와 비슷하게 생겼지만 생전 처음 보는 이상한 생물체로 변한다.

그 뿐 아니다. 알고 보니 장강7호는 사람 말을 알아듣는데다 깜짝 놀랄 초능력도 갖춰 샤오디는 우울했던 학교 생활에 장강7호가 활력을 가져다줄 것으로 기대한다.

SF의 옷을 입은 채 여전히 간단치 않은 유머로 무장했지만 영화는 기존의 저우싱츠 영화와 분명히 구별되는 몇가지를 가지고 있다.

우선 스토리가 저우싱츠 대신 아들 샤오디 중심으로 흘러간다. 물론 저우싱츠는 여전히 주연이지만 주된 이야기는 아들과 장강7호 사이에서 나오고 그만큼 극을 이끌어갈 책임은 아들역의 배우 쉬자오나 장강7호를 그려내는 CG가 나눠 맡는다.

주로 못된 행동으로 남을 괴롭히던 저우싱츠가 아들에게 헌신적인 아버지로 변신해 한결 의젓해졌다는 것도 흥미롭다. 사고를 친 뒤 남들이 수습해주길 기다리던 개구쟁이의 모습에서 남을 다독일 줄 아는 캐릭터로 "변신"한 셈이다.

그래서 저우싱츠의 원맨쇼를 기대한 관객들은 조금 실망하면서 극장문을 나설 수도 있겠지만 저우싱츠의 열혈 팬에게는 달라진 모습이 오히려 흥미롭게 다가올 수도 있다.

왕따가 될 만한 요소를 가진 사람들을 상대로 계속 장난을 걸다가도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향하는 저우싱츠식 따뜻함은 이 영화에도 그대로 담겼다.

"소림축구", "쿵푸허슬"에 이어 저우싱츠가 직접 메가폰을 잡고 시나리오를 썼다. 린쯔충(林子聰) 같은 저우싱츠 사단의 배우들이 얼굴을 내밀며 송혜교와 닮은 모습으로 화제가 된 키티 장(張雨綺)이 저우싱츠의 사랑을 받는 여주인공으로 출연한다.

저우싱츠의 아들역으로 아버지 못지않은 코믹 연기를 보여준 쉬자오는 사실 남자 아이가 아니라 여자 아이다. 9살인 쉬자오는 경쟁률 1만대 1의 오디션과 진짜 남자아이들의 견제를 뚫고 발탁됐다는 후문.

21일 개봉. 전체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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