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카라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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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카라멜
  • 이경철
  • 승인 2008.08.18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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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나라 사람들의 삶을 엿보려면 그 나라의 러브스토리를 담은 영화를 보는 것만큼 좋은 방법이 없는 듯하다.

그런 의미에서 다음달 4일 개봉하는 "카라멜"은 한국 관객들에게는 "내전"이나 "폭탄테러" 정도의 단어로만 알고 있는 레바논을 다시 볼 수 있는 계기가 된다.

전 세계 어디에나 있을 법한 남녀 간의 사랑이야기를 다루고 있지만 영화는 레바논의 사회 분위기, 관습, 결혼관을 보여주면서 레바논 사람들이 살아가는 이야기를 진솔하게 그려내고 있다.

영화의 주요 배경은 도시의 미용실이다. 미용실을 운영하고 있는 레얄(나딘 라바키)은 전화만 오면 당장이라도 뛰어나갈 수 있을 만큼 남자친구에게 적극적이지만 사실 이 남자친구는 아내를 절대 버릴 리 없는 유부남이다.

니스린(야스민 알 마스리)의 경우 약혼자와 결혼하는 것이 부담스럽다. 결혼 자체가 두렵기도 하지만 여성의 순결을 중시하는 사회에서 처녀가 아닌 자신이 어떻게 받아들여질지 불안하기 때문이다.

배우가 되기를 꿈꾸는 중년의 자말(지젤 아우아드)과 동성애자인 리마(조안나 무카젤) 등 미용실의 다른 동료들도 저마다 고민이 있기는 마찬가지다.

유부남 남자친구와의 이별에 힘들어하는 레얄의 주변에는 경찰관 요제프(아델 카람)가 있다. 소심한 요제프는 레얄과 마주치기 위해 주차 딱지를 끊어주며 주위를 맴돌고 레얄은 그런 요제프의 순진한 모습이 싫지 않다.

한편 미용실 옆 옷 수선 가게에서는 노년의 로맨스가 피어난다. 주인공은 치매를 앓는 언니를 돌보는 60대 여성 로즈(시함 하다드)다. 로즈에게 반한 노신사 찰스(디미트리 스타네오프스키)는 멀쩡한 바지를 수선해달라며 수선 가게를 드나들고 그러는 사이 바지는 점점 짧아져 입지 못할 상황이 된다.

영화는 느린 호흡과 따뜻한 시선으로 레바논 여성들의 삶과 사랑 이야기를 들려주고 있지만 레바논 하면 가장 먼저 떠오르는 단어인 "전쟁"은 직접 언급하지는 않는다. 영화가 집중하고 있는 것은 인물들의 사적인 영역이며 전쟁 이후 레바논 사회의 분위기는 그 안에 자연스럽게 녹아있다.

영화 속 여성들은 새로운 삶을 꿈꾸면서도 사회적인 벽에 둘러싸여있다. 니스린은 처녀가 아니라서 남자친구와의 결혼을 망설이고, 리마는 자신이 동성애임을 드러내지 않는다. 연인과 시간을 보내기 위해 호텔을 찾는 레얄은 유부녀임을 증명해달라는 호텔 직원의 요구에 발길을 돌리며 니스린의 남자친구는 경찰과 사소한 일로 다투다가 유치장 신세가 된다.

영화 제목 "카라멜"은 주인공들이 일하는 미용실에서 제모에 사용하는 왁스, 사랑의 달콤함을 뜻하는 먹는 캐러멜 모두를 뜻한다.

칸영화제의 신인발굴 프로젝트 "칸 레지던스 프로그램" 출신의 여성 감독 나딘 라바키(34)의 데뷔작으로 감독은 주연배우와 시나리오도 맡아 1인 3역을 했다.

감독은 꾸미지 않은 연기를 위해 배우 모두를 길거리 캐스팅을 통해 발굴한 일반인으로 채웠지만 영화는 작년 칸영화제 감독주간에 초청됐으며 같은 해 8월 레바논에서 개봉돼 7주 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하며 자국 영화 최고 흥행 기록을 세웠다.

영화의 뒷얘기를 덧붙이자면 영화가 촬영되던 2006년 전반기와 현재 레바논의 상황은 전혀 다르다.

레바논은 25년간의 내전이 끝난 1990년 이후 한동안 테러나 폭격의 참상에서 벗어나는 듯 했지만 2006년 7월 헤즈볼라의 이스라엘 병사 납치 이후 보복 폭격을 겪었고 이후 불안한 정세가 이어지고 있다.

12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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