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카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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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카핀
  • 이경철
  • 승인 2008.07.17 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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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국 공포 영화가 우리나라에서 자주 개봉되는 것은 우리 관객의 정서에 호소할 만한 요소가 많기 때문일 것이다.

많은 태국 공포물에는 한을 품은 영혼과 세상의 순리를 거스른 자에 대한 단죄가 나온다. 24일 개봉하는 에카차이 우에크롱탐 감독의 "카핀" 역시 이런 요소를 빼놓지 않았다.

결혼을 며칠 앞두고 자신이 폐암에 걸린 것을 알게 된 홍콩의 수(모원웨이ㆍ莫文蔚)는 TV 뉴스를 통해 태국의 카핀 의식을 알게 된다. 살아있는 사람이 관에 들어가 죽음을 체험하면 소원이 이뤄진다는 의식이다.

수는 절박한 심정에 태국 행을 택한다. 한편 태국인 크리스(아난다 에버링엄)는 의식불명 상태인 여자친구를 위해 카핀 의식에 참여한다.

의식 후 수의 종양은 깨끗이 사라지고 크리스의 여자친구도 깨어난다. 그러나 그때부터 크리스와 수의 눈에 알 수 없는 존재가 보이기 시작한다.

"카핀"은 영어 대사가 주를 이룬다. 홍콩 스타 모원웨이가 여주인공을 연기했고 미국과 싱가포르, 홍콩의 스태프들이 참여한 다국적 프로젝트이기 때문.

그러나 대사만 영어일 뿐, "카핀"은 태국적 소재와 풍경을 십분 활용한 오갈 데 없는 태국 영화다. 밑바탕에는 할리우드 공포물의 "분노"가 아니라 아시아 공포물 특유의 정서 "슬픔"이 깔려 있다.

감각적인 영상과 구슬픈 배경 음악이 잘 어우러졌다. 특히 커다란 불상을 둘러싸고 수 만 개의 관에 수 만 명의 엑스트라들이 들어가 집단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은 오싹한 장관이다.

다만 관객의 숨을 턱턱 막히게 할 만한 심리적 공포보다는 시청각적 공포에 의존한다는 점이 아쉽다. 예상 가능한 시점에 끔찍한 모습의 귀신이 등장하면 여주인공이 비명을 지르는 식이다. 충격적인 반전을 기대하는 관객에게는 반전없는 차분히 마무리가 불만족스러울 수도 있다.

24일 개봉. 관람 등급 미정.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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