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소림소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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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소림소녀
  • 이경철
  • 승인 2008.07.17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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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맨쇼는 안된다. 중요한 건 팀워크다."
24일 개봉하는 영화 "소림소녀"의 제작진은 아이로니컬하게도 영화 속에서 인물의 입을 통해 계속 등장하는 이 말을 잊은 듯하다.

홍콩스타 저우싱츠(周星馳) 기획과 "춤추는 대수사선" 시리즈 모토히로 가쓰유키 감독의 연출, 저우싱츠 사단의 전계문ㆍ임자총 같은 반가운 얼굴들의 출연, 여기에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의 외치다"의 스타 시바사키 코우 주연 등 "소림소녀" 팀은 화려한 개인기를 가졌다.

하지만 이를 조화롭게 엮는 팀워크는 발휘하지 못했다.

가장 큰 패착은 대부분 줄거리가 시바사키 한 사람을 중심으로 진행되는 데 있다. 시바사키는 1년간 쿵후를 수련한 끝에 대역없이 와이어 액션을 소화했지만 영화 속에서 보여주는 액션은 아무래도 초라할 수 밖에 없고 빈틈은 부담스러운 CG가 채웠다.

스타 한 명에 의존하다보니 주변 인물들의 캐릭터도 명확하지 않다. 영화 속에서 행동의 이유가 있고 사연이 있는 인물은 시바사키가 연기하는 "소림소녀" 뿐이다.

그래서 풍성한 이야기나 흥미로운 전개는 찾아보기 힘들다. 영화 속 스포츠인 "라크로스"에 비유하자면 결국 원맨쇼만으로는 영화가 관객들을 상대로 "득점"을 올리지 못한다는 것을 보여준 셈이다.

중국 소림무술학교에서 수련한 소녀 린(시바사키 코우)은 고향에 소림무술을 전파하겠다는 꿈을 안고 일본에 돌아온다.

하지만 돌아와보니 할아버지의 쿵후 도장은 폐허가 돼 있고 무술 스승 역시 중국 음식점 주인으로 실망스러운 변신을 했다. 혼란스러워하던 린은 우연히 여자대학교의 "라크로스"팀에 합류한다.

라크로스는 잠자리채 모양의 라켓을 들고 상대 골대에 골을 넣는 구기 스포츠. 린은 라크로스에 쿵후를 접목시키려하지만 결과는 좋지 않다. 남들에게 패스하기를 꺼리는 린의 개인 플레이가 문제다.

한편 린의 능력에 위협을 느낀 어둠의 세력들은 린에게 접근하기 시작하고 악당의 우두머리인 오바(나카무라 도오루)는 린에게 결투를 신청한다.

"소림소녀"에서 기획자 저우싱츠의 흔적을 찾아내기는 어렵다. 유머의 강도나 액션의 시원함에서 "소림소녀"가 보여주는 내공은 빈약하다.

전계문이나 임자총 같은 저우싱츠의 배우들이 자신들의 매력은 제쳐놓고 어설픈 일본어로 여학생들에게 "가와이"(귀엽다)나 "세구시"(섹시하다) 같은 대사만 남발하다가 천덕꾸러기 취급을 당하는 순간에는 서글픈 마음마저 든다.

12세 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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