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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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
  • 이경철
  • 승인 2008.07.11 08: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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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과 밭으로 둘러싸여 풍경이 온통 녹색과 갈색인 시골마을. 중학교 2학년 여자아이 소요(카호)는 이곳에 있는 유일한 학교의 최상급생 맏언니다.

말이 최상급생이지 사실 이 학교는 초등학생과 중학생 모두 합쳐 전교생이 6명 뿐인 초소형 학교다. 아이들은 모두 모여서 등하교를 하고 학교가 파한 뒤에도 같이 어울려 다니는 사이다. 서로 친형제나 다를 게 없는 셈이다.

그러던 어느날 소요의 학교에 "얼짱" 남학생 한 명이 전학 온다. 바로 소요와 같은 학년으로 도쿄에서 온 오사와(오카다 마사키)다. 도시 아이 특유의 까칠함에 지나치게 깔끔을 떠는 첫인상은 좋지 않았지만 소요는 자신에게 무심한 듯 행동하는 오사와가 싫지 않다.

국내외 블록버스터가 포화상태에 이른 여름 극장가에서 무공해 사랑이야기를 전하는 영화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이 갖는 존재감은 꽤 커보인다.

이야기의 큰 굴곡도 없고 화려한 스타일의 화면도 없는 영화는 시종일관 관객들의 마음을 흐뭇하게 만드는 매력이 있다.

소요와 오사와가 크고 작은 에피소드를 거치며 사랑을 키워가는 모습이나 이를 통해 어른이 돼 가는 소요의 성장 스토리는 자극적이지는 않지만 영화를 보는 내내 기분 좋은 미소를 짓게 한다. 순박한 두 아이는 풋사랑이지만 서로에 대한 배려를 아끼지 않는 진짜 사랑을 나눈다.

영화는 주변 캐릭터나 작은 사건에 대해서도 세심한 주의를 기울이는 일본 영화 특유의 장점을 그대로 담고 있어서 특히 매력적이다.

소요와 오사와 외에도 이들의 가족이나 학교의 다른 아이들, 선생님들의 감정 역시 세심하게 그려지며 남녀주인공의 연애담이라는 주된 스토리 외에도 이들이 주변 캐릭터들과 만들어가는 일상의 작은 에피소드도 소홀히 다뤄지지 않는다.

소요는 학교 동생들과의 관계에서 상처를 주는 것은 아닐까 고민하고 오사와는 부모의 이혼이라는 슬픔과 도쿄를 그리워하는 마음을 감추고 있다. 소요의 아버지는 오사와의 어머니와는 과거 연인관계였지만 지금은 남녀사이를 떠나 돕고 싶어하며 아이들은 마을 산 속의 다리에서 실연의 상처로 자살한 누군가를 위해 기도를 하는 착한 마음씨도 가지고 있다.

감독 야마시타 노부히로는 전작 "린다린다린다"에 이어 다시 여학생을 주인공으로 내세운 영화에서 여자아이들의 심리를 매력적으로 끄집어내는 데 성공하고 있다.

기존의 일본영화와 비교한다면 "마을에 부는 산들바람"은 소년 소녀의 섬세한 사랑의 감정을 잘 포착하고 있다는 점에서 작년 개봉했던 애니메이션 "초속 5㎝"와, 소녀의 성장담이라는 데에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와 각각 비슷한 느낌이다.

스타일은 다소 다르지만 영화가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나 "메종 드 히미코" 같은 다른 일본영화와 비슷한 감성을 전달한다면 이는 3편의 영화가 모두 와타나베 아야가 각본을 쓴 덕분이다. 1990년대 일본에서 인기를 모았던 만화 "천연 꼬꼬댁"이 원작이다.

적은 상영관에서 "조제…"와 "메종…"을 개봉했지만 장기상영으로 작은 영화의 성공 사례를 개척했던 영화사 스폰지가 비슷한 전략으로 명동과 압구정, 광화문의 스폰지하우스를 중심으로 한 소규모 배급으로 상영을 시작한다.

24일 개봉. 전체관람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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