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 REC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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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 REC
  • 이경철
  • 승인 2008.07.03 09: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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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 영화를 보는 관객들은 실내에 있던 인물들이 야외로 나올 때, 동이 틀 때, 카메라가 좀비가 아닌 주인공들을 비출 때 숨 돌릴 틈을 찾는다.

좀비들이 햇빛을 싫어하는데다 야외로 나가면 인물들이 도망칠 곳이 많다. 또 좀비가 아닌 인물 중심으로 이야기가 전개되는 것이 보통이어서 카메라가 인물을 비출 때는 놀란 가슴을 진정시키며 다음 공포의 순간을 준비할 수 있다.

하지만 10일 개봉하는 스페인 공포영화 "REC"는 이 모든 것들을 무시한다. 그래서 다른 좀비물보다 한층 강도 높은 공포를 선사한다.

좀비들이 출몰하는 장소는 폐쇄된 4층 아파트이며 시간은 좀비들조차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두운 밤이다. 아무리 도망치려해도 갈 곳이 제한돼있다.

아파트의 모습은 시작부터 끝까지 방송 카메라에 담긴 이미지로만 스크린에 비쳐진다. 이 아파트에 마침 방송국 카메라맨이 있었던 것. 감독의 편집이나 트릭이 없는 상황으로 언제 어떤 위협이 스크린에서 튀어나올지 모른다.

영화는 페이크 다큐(다큐멘터리를 가장한 극영화) 스타일인데다 100% 핸드헬드 카메라로 촬영됐다는 점에서 "블레어 워치"나 "클로버필드" 같은 공포물과 유사하다.

방송국의 카메라가 현장을 담게 된 것은 마침 TV 리얼 다큐멘터리 프로그램 "당신이 잠든 사이"가 촬영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시청자들이 잠든 시간에 벌어지는 일들을 보여주는 프로그램은 소방관들의 밤샘 구조활동 모습을 담을 예정이었다.

리포터 안젤라(마누엘라 벨라스코)와 카메라맨 파블로가 소방대원들과 함께 아파트를 찾은 것은 위층에서 들리는 비명소리에 깜짝 놀란 주민들이 신고를 했기 때문이다. 비명 소리가 들린 곳은 노파가 혼자 사는 집. 구조대원들과 카메라 앞에 선 노파는 피투성이가 된 채 발광을 하더니 경찰관과 소방대원을 차례로 물어 뜯는다.

이상한 일은 노파의 발작 뿐만은 아니다. 건물 로비에 모여 대책을 논의하던 사람들 위에서 갑자기 누군가가 몸을 던지고, 당국은 구체적인 설명없이 건물을 봉쇄해 버린다. 게다가 노파에게 물린 사람들은 좀비로 변하기 시작하더니 건물은 어느새 좀비들로 넘쳐난다.

영화가 사용하는 공포의 도구는 리얼타임 전개방식과 1인칭 시점이다. 관객들이 시종일관 보게 되는 화면은 카메라가 실시간 지켜보는 모습이다. 그래서 관객은 영화에 더 몰입하게 된다.

영화가 배경 음악이나 효과음 없이 전개되는 것도 공포를 증폭시킨다. 청각적으로 긴장을 높이는 것은 인위적인 소리가 아니라 인물들의 거친 호흡이나 겁에 질린 비명이다.

국내 개봉작 "다크니스"(2003년)를 만든 자우메 발라구에로 감독의 신작으로, 영화 속 TV 프로그램 "당신이 잠든 사이"는 실제 스페인에서 방영되고 있는 프로그램이다. 여주인공 마누엘라 벨라스코가 영화에서처럼 이 프로그램에서도 리포터로 활동하고 있다.

청소년 관람불가.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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